대법 "사고 위험 큰 직업 속여 보험 가입해도 통지 의무 없어"

건설 일용직 숨기고 보험 가입…사고로 사망
보험금 청구했으나 거절…"통지 의무 위반해"
1·2심 원고 승소…"보험 기간에만 의무 발생"

사고 위험이 큰 직업을 갖고 있지만 보험사에 이를 속이고 보험에 가입해도, 가입자가 이같은 사실을 통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지 의무는 보험 계약 기간 중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B씨의 배우자로, B씨는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로 보험계약자가 중요 사항에 대한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B씨가 보험 가입 전 자신의 직업을 사고 발생의 위험이 낮은 '사무원', '사무직 관리자', '건설업 대표' 등으로 기재했기 때문이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고지된 직업과 실제 직업이 다르다는 것을 통지하지 않았다.

1심은 B씨의 경우 고지 의무를 위반했으나, 실제 보험 기간 중 직업이 변경된 것은 아니므로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통지 의무는 보험 기간 중 변경 사항에 대해서만 발생한다는 해석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보험약관상의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경합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본다면, 보험사는 기간 제한 없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보험계약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계약 기간 중에 실제 직업이 변경되지 않았다면, 보험사에게 고지된 직업과 다르더라도 이 사건 각 보험약관의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보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통지 의무는 보험계약 성립 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 보험 기간 중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새롭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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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