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호흡기질환 대유행" 광주 영유아 수족구 확산 '발동동'

5월 평균 6.7명→7월 49.3명…백일해 세 자릿수 급증
의료진 "실외활동 자제하고 환기·위생 철저히" 당부

"휴가철 아이와 물놀이를 가려고 했는데, 백신도 없고 난감하네요."

3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한 종합병원에는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어린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병원 진료 시작 전이었지만 이미 환자 30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여름철 면역력이 약한 0~6세 영유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수족구를 비롯해 각종 호흡기 질환이 지역에 크게 확산하면서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달 하루 평균 10명이던 수족구병 환자가 이달 들어 하루 30명으로 급증했다.

입 주변 빨간 발진이 난 자녀를 데리고 황급히 병원을 찾은 부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예방 백신이 없는 수족구병에 대한 보호자들의 걱정도 컸다.

김모(37·여)씨는 "3살 딸이 발진 증상이 있고, 기침도 하는데 단순 감기인지 수족구인지 헷갈린다"며 "휴가철 수영장과 키즈카페를 가려다가 급하게 병원부터 찾았다"고 했다.

쌍둥이 자녀와 병원을 찾은 한모(39)씨도 "수족구가 치명적이진 않다고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아동에게 전염성이 큰 만큼 예방 백신이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광주시 표본 감시 결과 지난주 지역 수족구 평균 외래환자(1000명당 환자분율)는 두 달 사이 8배나 뛰었다.

환자분율은 전체 환자 1000명 중 수족구 감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수 비율을 나타낸다.

광주 수족구 외래환자는 5월 셋째 주(12일~18일) 평균 6.7명에서 지난달 같은 기간 28.3명으로 늘었다가 지난주에는 49.3명까지 급증했다.

수족구는 미열·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며 침·가래·콧물 등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100일 동안 기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 백일해 역시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동절기 유행 이후 5~6월까지 발생이 감소하던 코로나19도 7월 들어 증가하는 등 재차 확산하고 있다.

유모(40·여)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수족구와 백일해 같은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다음 주 방학이 끝나고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데 옮아오지는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 1월 3명이던 백일해 외래 환자는 이달 173명을 기록하며 대폭 늘었다. 지난 5월 167명, 6월 135명이던 코로나 환자도 이달 196명을 기록하는 등 여름철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 보건당국은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든 이후 개인 위생 수칙 준수 의식이 낮아지면서 호흡기 질환 감염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어컨 등 냉방을 유지하기 위해 실내 환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재 광주센트럴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코로나19와 수족구 등 한 번에 여러 호흡기 질환에 감염돼 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자체 위생 관리에 취약한 영유아는 감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손 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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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