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후손 터잡은 광주 고려인마을도 태극기 물결

광복절 보훈문화제 개최…'봉오동 전투' 물총 축제로 재현
'홍범도 흉상 논란' 1년 만에 보훈청 주관 단체 참여 눈길
"독립전쟁 첫 승리 일군 홍범도 기억하고 계승 발전 최선"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홍범도 장군의 독립군이 일본군을 격퇴한 봉오동 전투를 재현하며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문화제가 펼쳐졌다.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은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고려인, 나는 大韓國人이다' 보훈문화제를 열었다.



고려인마을에는 러시아 연해주, 북간도 등지에서 일제 식민통치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인 고려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고려인마을과 광주 광산구청과 광주보훈청이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고려인 주민 등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고려인과 학생들은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물리친 봉오동 전투를 물총 축제 형식로 재현했다.

독립군 역할을 맡은 참석자들은 파란색·붉은색 비옷 차림으로 손 태극기, 태극 문양 우산 등을 들고 나아갔다.

당시 일본군 역할을 맡은 재현배우와 검은 비옷의 일행과 마주하자 물총을 쏘며 '대한 독립 만세' ,'물러나라' 등을 외쳤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홍범도 장군 흉상이 설치된 공원에 모여 태극기를 연신 흔들었다. 다같이 물총을 쏴 터뜨린 박에서는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대한 독립 만세'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문화제는 홍범도 장군의 항일투쟁사와 이역만리에서도 민족 정신을 잊지 않고자 힘썼던 고려인들을 조명하는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고려인마을 어린이 합창단은 고려인들이 한글을 잊지 않고자 했던 노력 등을 가삿말에 담은 노래를율동과 함께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광복절부터 열리기 시작한 문화제는 홍범도 장군을 기리고 민족 정신을 함양하려는 고려인들의 뜻이 모여 민간 행사로 치러졌다.

올해에는 광주보훈청이 주관 단체로 처음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해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번진 이념 논쟁에 당시 국가보훈부 장관까지 나서 불을 붙인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변화로 읽힌다.

하성일 광주보훈청장은 행사에 참석해 공식 인사말에서 "홍범도 장군은 뛰어난 지략으로 봉오동 전투에서 대승을 거둬 항일 무장독립 투쟁사에 가장 빛나는 위업을 이룩했고 자주 독립의 희망이 됐다. 나라 잃은 고려인들에게는 정신적 지주가 됐다. 이 곳 고려인 마을도 늘 홍범도 장군과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독립 전쟁의 최초 승리를 일군 홍범도 장군 등 승부의 주역 뿐만 아니라, 평범한 이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역사를 기억할 것이다. 다음 세대로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보훈청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20여년 전 한국에 정착할 때만 해도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그 때는 몰랐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이 땅 위에서 살아야 한다. 이렇게 명절(광복절) 같은 날에 함께 만세를 부르고 어우러져 사는 우리가 자랑스럽다. 고려인들 모두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제는 참석자들의 만세 삼창으로 마무리됐다. 주변에서는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기념 사진 즉석 촬영,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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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