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삼성바이오 제재 취소…소송 6년 만에 결론

고의로 회계기준 누락했다는 판단에 반발
삼바-증선위, 콜옵션 해석 여부 두고 충돌
법원 "분식회계 의혹으로 내린 처분 취소"
"일부 처분 사유는 있지만 전부 취소돼야"
이재용 1심은 무죄로 판단에도 문제 지적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가 고의로 회계기준을 누락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약 6년 만에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금융당국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해 남용한 점 등을 근거로 제재가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회계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형사와 행정 사건의 판단 기준 차이도 언급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로직스가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로직스가 2015년부터 2018년 반기까지 관련 자산 및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했다는 점에 대해 증선위가 내린 처분 사유를 인정했다. 즉, 회계처리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목적을 갖고 특정일 이후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할 것을 정해 놓은 후 그에 따라 사건을 찾아 나가는 것은 일반적인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원고(로직스)는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임의로 만들어내기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본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특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원고에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며 "제재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고가 회계처리 할 수 있는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다"며 일부 제재 처분에 대해선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증선위가 로직스에 대한 감사인 지정, 대표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등 시정 요구 처분 등 경위를 보면 일체의 처분으로 사실상 이뤄졌다"며 "일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 처분 취소의 범위는 전부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나아가 "처분 사유가 모두 존재함을 전제로 자본시장법상 과징금 한도액인 80억원이 부과된 점 등에 비춰보면 일부 처분은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일부 오인했거나 위반 내용과 제재 수준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로직스에 대한 시정요구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이 취소돼야 한다고 했지만, 일부 회계처리에 대해선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남겨둔 것이다. 이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린 형사재판부와 다소 결을 달리했다.

이 회장의 형사 사건을 맡았던 1심은 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이 증명되지 않았고, 공시 경위에 비춰 이 회장 등 경영진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4년 당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실질적인 권리가 아니어서 회계기준에 비춰 반드시 공시돼야 하는 정보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로직스 재경팀은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행정법원 1심은 "로직스는 구 삼성물산의 합병 문제와 재무제표 문제 등을 이유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 삼성물산의 합병일이 2015년 9월1일이었기 때문에 로직스는 지배력 상실 시점을 그 이후로 검토했다"고 판시했다.

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두 재판부의 다른 해석이 나오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회장의 재판에도 이번 1심 선고 결과가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회계처리 과정 자체에 집중한 행정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지배력 변경 자체의 타당성 여부, 회계법인의 전문적 조언에 따른 회계처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로직스 상장 직전 기간에 회계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행정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행정법원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2심 공소 유지 과정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2011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과정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바꾼 게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판단이었다.

금감원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증선위도 이 같은 행위를 분식회계로 보고 로직스에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또,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로직스 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 2018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실질적으로는 자신들의 회계처리가 적법했음을 법원에서 받겠다는 취지다.

이와 별개로 해당 처분에 대한 효력을 임시로 중단해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가 있다"며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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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