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100여명의 전세보증금 8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심재남 판사는 21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에 대한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A씨 측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A씨 측은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다만 A씨는 전세보증금에 대해 편취의 고의가 없고, 공범들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면서 "A씨도 속아 명의만 빌려줬을 뿐 진범들은 따로 있다. 범죄수익도 A씨가 아닌 진범들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들은 A씨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허탈감과 함께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A씨와 함께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공범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현재 공범들은 경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10월4일로 지정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피해자 B씨는 "A씨는 빌라 4채에서 실제로 취득한 이득이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 같다"면서 "A씨가 HUG에 제출할 서류를 위조해 보증보험이 안 된 세대들에겐 주변 지인과 가족들로부터 어떻게든 돈을 빌려서라도 변제를 해줘야 된다. 돈을 변제하지 못한다면 최고 형벌이라도 받아야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초기 자본 8000만원을 투자해 은행대출금과 세입자의 임차보증금을 이용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다세대 건물 4채(108가구, 매입가 124억원 상당)를 매입했다.
A씨는 임대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막기'하는 방식으로 임대업을 하면서 임차인 104명이 낸 보증금 84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임대차 계약 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가입했다고 속이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과도한 대출 등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지만, 피해자들과 실제 체결한 임대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위조된 임대차 계약서 총 35장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출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로 여유 자금이 없어 금융기관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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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