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장 선거 비위 제보한 간부, 주유소 발령 부당" 판결

선거 중 금품 살포·임원 횡령 등 공익 제보 당사자
조합장 1심 당선무효형 선고 전후 면직·전보 인사
법원 "전보인사 이유 불분명…보복 인사 가능성도"

광주 모 단위농업 협동조합이 조합장 선거 비위를 공익 제보한 간부 직원에게 내린 전보 인사와 관련, 법원이 "보복 징계로 보여진다"며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 부장판사)는 A씨가 광주 모 단위 농협을 상대로 낸 인사발령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장은 조합이 간부 직원이던 A씨를 조합 운영 주유소 소장으로 전보한 인사 발령은 무효라고 주문했다.

조합 모 지점장이던 A씨는 지난 2022년 12월 농협중앙회에 조합 내 횡령 비위를 알리며 익명으로 감사 요청서를 보냈다. 광주경찰청에도 조합 임원의 횡령 혐의 관련 진술도 했다.

이듬해 1월에는 당시 조합장 후보 B씨가 선거운동 기간 중 조합원에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로 경찰에 공익 제보하기도 했다.

그 사이 조합장으로 선출된 B씨와 횡령 비위 연루 임원은 재판에 넘겨져 올해 1월 열린 1심에서 각기 벌금 300만원(당선무효형)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1심 선고에 한 달 앞서 조합은 A씨에게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조합원 61명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목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A씨는 '임원의 비위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열람했을 뿐이다. 이미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조합은 '개인정보 유출, 규정·지시 위반, 조합의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A씨를 간부 직원에서 면하는 이사회 결의를 했다. 면직 처리된 A씨는 조합이 운영하는 주유소 소장으로 전보 발령돼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업무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영업 관리 또는 임원 비리 행위 입증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조합원 개인 정보를 조회했을 뿐이다. 조합은 현 조합장과 그 측근 임원의 비리를 수사기관에 제보하자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는 인사 명령을 했다. 간부 직원이 주유소 소장이 전보된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측은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조합원 개인정보를 수십 차례 무단 조회했다. 정당한 감사 역시 거부했다. 인사명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재량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지점장으로서 비교적 우수한 근무 능력을 지녔던 A씨를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한 주유소 소장으로 전보할 만한 구체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A씨가 개인정보 조회 경위와 이유를 자세히 소명했다. 조합은 A씨가 조합원 개인정보를 선거와 관련해 유출했는지 등을 조사할 수 있는데도 막연히 간접 근거 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A씨가 감사 자체를 거부 또는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고, 조합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사정도 없어 보인다"고 봤다.

특히 조합이 공익제보자였던 A씨에 대한 보복성 인사 조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합은 조합장의 형사 사건 첫 공판 이후 뒤늦게 A씨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A씨의 진술조서가 조합장 사건의 증거로 사용돼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에 대한 인사명령은 조합장의 범죄 행위 제보에 따른 보복 수단으로서 실질적인 징계 처분의 일환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