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첩 혐의' 민주노총 전 간부에게 징역 20년 구형

같이 기소된 전 간부 3명에게도 징역 10~3년 구형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해 온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전 간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A씨 등의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 및 자격정지 20년을 구형했다.

또 같이 기소된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동조해 자발적으로 은밀하게 장기간에 걸쳐 북한 지령에 따라 대남활동을 수행했다"며 "이는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한 중대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들은 대한민국 법질서에서 제공하는 모든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범행을 지속해 온 점에 더해 수사기관의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보면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국민들은 6.25 전쟁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 사회주의 혁명을 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고, 이 세력이 거대 노조를 장악해 합법적 노조활동으로 위장하며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상대로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어 중형으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이 사건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에서 다시 한번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공소장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 법관으로 하여금 피고인이 유죄라는 판단을 미리 하게 만드는 것을 막는 취지다.

변호인은 "검사는 구체적 범죄 사실에 앞서 모두사실 기재 내용에 피고인들이 국가전복을 준비하는 비밀 지하당 조직원이라고 하고,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문건을 그대로 인용해 법관이 예단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A피고인이 북한 측에 넘겼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 선거 관련 계파 동향이나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 사진 등 자료는 한 달여 뒤에 기사화 되거나 공개 온라인 토론회에서 사용된 자료로 기밀 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피고인 측은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등을 주장하며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국가보안법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처벌하는 게 21세기에도 이뤄지고 있다"며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 대두될 때, 정권이 불리할 때마다 간첩단 사건을 언론에 가십거리처럼 발표하며 위기를 모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국가보안법은 UN에서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A씨 등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아 합법적 노조활동을 빙자해 간첩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민주노총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뒤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민주노총 사무실과 A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인 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 24건,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분석해 지난해 5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또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 등 국가 주요 시설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사건 선고는 오는 11월 6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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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