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햇볕데임) 원인 낙과 피해, 천안 배농가 67% 신고
봉지씌워 키우는 배, 수확기 피해vs초여름 조사 ‘괴리’
높은 자기부담비율 초과시 보상…‘사실상 보상 희박’
충남 배 주산지인 천안 배농가 절반 이상이 일소(햇볕데임)·열과로 인한 낙과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생산량 감소에 더해, 농작물재해보험 보상길도 사각지대에 놓이면서다.
일부 농가들은 재해보험의 현장 반영 미흡과 높은 자기부담비율을 지적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4일 천안시 등에 따르면 이달 기준 천안 전체 배농가 634농가 중 430농가(67%)가 일소·열과로 인한 낙과 피해를 신고했다. 이들 피해액은 109억원으로 추정된다. 일소는 과실이 태양광에 노출돼 껍질 또는 과육이 괴사하고 검게 그을리거나 변색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에서 1만5000평 규모 배농사를 짓는 김모씨(39)는 올해 생산량이 전년과 견줘 30~40% 급감했다. 그는 폭염을 우려해 농작물재해보험 일소 보장 상품에 미리 가입했으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현장 조사 시점과 피해 확인 시점에 차이가 나면서다.
통상, 재해보험 손해사정사는 이르면 7월 과수원 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를 확인한다. 문제는 배의 경우 6월부터 봉지를 씌워 생육한다는 점이다. 농가들은 9월 말 수확 과정에서 봉지를 벗겨봐야 정확한 피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모씨는 “보험사는 현장에서 문제가 없었고 일소 피해가 아닌 수확기에 상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손해사정사가 수확 후 봉지를 벗겨내는 선별 과정에서 햇볕데임 피해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높은 자기부담률도 농작물재해보험 맹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과수 피해 보험금은 조사된 피해율에 자기부담비율을 빼고 산정한다. 자기부담비율은 농가마다 상이하나 최소 10%에서 최대 40%까지다.
자기부담비율이 10~40%넘지 않으면 보험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김모씨는 “자기부담비율을 15-20%이상 높게 산정하다보니 농가들은 사실상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보험회사에서도 자기부담률을 줄여주던지 이상기후로 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환읍 매주리에서 2만평 규모 배농사를 짓는 전모씨(42)씨도 전년 대비 생산량이 50% 감소했다. 재해종합보험에 가입해뒀으나 일소 피해는 종합보험에 포함되지 않아 보전받을 수 없었다.
전모씨는 “매년 가입했던대로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나 일소 항목에 체크하지 않아 피해 보상을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한다”며 “농가들은 주로 태풍과 냉해 예방을 위해 보장 상품에 가입한다”고 했다.
이어 “이상기후에 대비해 일소 등 많은 항목에 가입하면 좋겠지만 피해 보장을 받을수록 자동차 보험료처럼 자기부담률이 5~20%까지 상당히 올라간다”며 “농민들을 위한 보험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일소 피해와 비슷한 ‘열과’는 생리장애로 분류돼 보상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열과는 고온환경에 놓인 열매가 갈라지거나 터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장에서는 이상기후 피해가 심각해지는만큼 농가 보호를 위한 농작물재해보험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철환 천안시의원은 “폭염으로 인한 일소 현상은 자연재해로 예방에 한계가 있어 농가의 피해가 급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작물재해보험이 유일한데 보상 규정이 까다로워 온전한 피해회복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 규정 개선과 천안시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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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