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신 의료비 영수증 발행한 거래처…法 "의사가 직접 했어야"

관리용역·결제대행 계약…대신 영수증 처리
세무조사 결과 세금 고지되자 행정소송 제기
1심 "의사가 의료비 직접 받고 회계처리해야"
"병원경영지원회사가 세금계산서 발행 안돼"

의사 대신 환자들로부터 의료비를 지급받은 뒤 각종 영수증 처리를 해준 거래처의 행위는 위법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의료용역을 제공한 주체인 의사가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 8월27일 A씨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의사 A씨는 한 병원을 운영하며 두 거래처와 병원관리용역 및 결제대행계약을 체결했다. 거래처들은 A씨 대신 환자들로부터 의료비를 지급받은 후 매출세금계산서 또는 현금영수증을 발행해 줬고, 관련 수수료를 공제한 뒤 나머지 돈을 A씨에게 지급했다.

지난 2019년 5~9월 A씨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세무당국은 두 거래처가 A씨의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에 해당한다고 보고 약 7억2000여 만원에 달하는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경정·고지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했고,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금액은 약 4억9000여 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세금도 낼 수 없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병원지원경영회사 제도를 이용해 그에 부합하는 세무 및 회계처리를 했고, 조세수입일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경영지원회사는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병원경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명시하고 있다"며 "의료용역 제공이 가능하다거나 병원경영지원회사를 공급자로 하는 세금계산서 발행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A씨)는 환자들로부터 의료용역대금을 직접 지급받고 환자들에게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이를 세무 및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며 "거래처는 원고로부터 병원관리 및 결제대행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후 원고에게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거래처가 일괄적으로 A씨를 대신해 환자들로부터 의료비를 지급받은 뒤 본인 회사의 몫을 공제하는 방식이 아닌 A씨가 의료비 처리와 용역대금 결제 등 업무를 따로따로 처리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병원경영지원회사를 공급자로 하는 세금계산서 발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세무당국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이 사건 각 처분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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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