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두 번 울리는 '스토킹범죄 잠정조치'

올해 충북서 252건 잠정조치
1~3호 위반 형 가중요건 불과
4호 유치, 법원-경찰 판단 괴리

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장치인 '잠정조치(접근금지)'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이를 위반하더라도 법원의 스토킹범죄 선고 전까지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어 제도적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도내에서 775건의 스토킹범죄 신고가 접수돼 207명이 형사입건됐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2022년 516건(241명 입건), 2023년 666건(282명 입건) 등 매년 증가세다.

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잠정조치도 늘고 있다.

2022년 229건, 2023년 239건에 이어 올해 10월까지 252건의 잠정조치가 내려졌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검찰 청구에 따라 법원이 결정한다. 잠정조치 1호는 스토킹 범죄 중단 서면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3-2호는 위치추적 장치 부착, 4호는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다.

이 중 1~3호 잠정조치를 위반하더라도 물리적 제재 방법이 없다. 잠정조치 위반 사항이 스토킹범죄 형 가중요건에 불과한 탓에 법정구속이나 형 확정 전까지 지속해서 스토킹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층간소음을 낸 40대 남성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고, 잠정조치 1·3호를 받았음에도 한 달가량 범행을 지속한 사례가 발생했다.

2022년 청주의 한 교회에서 출교 처분된 40대 여성은 1년간 교회 목사에게 항의 문자메시지 8595건을 보냈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잠정조치 1·2·3호 명령을 어겨 또다시 교회를 방문하고, 문자메시지 200여건을 추가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가 잠정조치를 어긴다면 경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법원 단계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서류와 증거로만 판단하는 법원과 당사자와 직접 부딪히는 경찰 사이에 온도 차가 존재하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서원대학교 최병록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최근 스토킹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잠정조치가 피해자의 실질적인 범죄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은 스토킹범죄에 대해 좀 더 엄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북 경찰은 올해 '잠정조치 4호' 16건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5건이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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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