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산하 장애인시설장 해임 무효소송 승소
징계사유 일부 합당하지만 '가족 경영' 부당 관행 답습
1·2심 모두 "해임은 가혹…징계 사유 만큼만 책임져야"
전남의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각종 비위로 해임된 산하시설장이 "징계는 부당하다"며 낸 민사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법인 설립자 일가 경영 체제 하에서 이어져온 불법·부당 관행을 개인 차원의 과오로만 볼 수 없는 만큼 해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성주 고법판사)는 A씨가 모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법인 측 항소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원심과 마찬가지로 '법인 측의 원고 A씨에 대한 해임 처분이 무효라고 확인한다'는 취지다.
해당 사회복지법인은 전남 한 지역에서 장애인 복지·영유아 보육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법인 설립자로부터 3대에 이르는 일가 친척들이 이사회와 각 산하 시설을 번갈아 또는 나눠 도맡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설립자의 손자인 A씨 역시 법인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 2곳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방계 친척으로 이사장이 바뀐 2021년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해임 징계 처분을 받았다.
법인 측은 ▲법인 물품 무단 반출 ▲정당한 명령 불복 또는 근무 태만 ▲직장 내 괴롭힘(폭언·사적 심부름) ▲품위 유지 위반 등 7가지의 징계 사유를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A씨는 "징계 사유는 음해하려는 직원들의 허위·왜곡 진술에 따라 사실과 다르거나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 징계 사유 중 일부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위 정도가 약하고 관행에 따른 점을 고려하면 징계 양정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1심은 A씨의 시설 내 구내식당 식사 무료 제공, 도시락 자택 배달 지시, 법인 차량 유용 등에 대해서만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 근무 태만이나 직원 대상 폭언 등 다른 징계 사유는 객관적으로 사실이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1심은 "징계 사유 중 일부는 A씨의 배우자에 해당하는 내용과 혼재돼 있다. 현 이사장 취임 전까지 6년 여간 A씨의 언행 또는 근무태도 등에 대한 지적·개선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A씨의 비위 사실에 비해 과도하게 가혹한 제재를 가한 것으로 징계권 남용에 해당돼 효력이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설립자 후손들의 '가족 경영 체제'로 법인을 운영하면서 서로 묵인 하에 크고 작은 법령·규정 위반이 누적돼 있었다. 징계 사유들은 A씨 혼자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가족 구성원 상당수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들이다"며 "그릇된 관행을 전부 A씨의 과오로 몰아 해임하기보다는 징계 사유로 인정된 행위들에 비례하는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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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영광 / 나권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