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시설을 주거 임대 가능한 것처럼 속여 분양" 민사 소송 제기
법원 "속였다고 볼 수 없다"…건설사·신탁사 배상 책임 인정 안 해
분양대행사 배상 책임만 인정…'사기 분양' 형사재판은 해 넘길 듯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를 분양받은 이들이 건설사와 분양 대행사가 주거용인 것처럼 속여 분양했다며 낸 민사소송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법원은 건설사에 대해서는 분양자들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잇따라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정영호 부장판사)는 나주 지식산업센터 분양자 35명이 토담건설과 분양 대행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원고들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분양 대행사를 통해 토담건설이 지은 '산업시설' 지식산업센터 내 각 호실에 대해 분양 계약을 맺고 부동산 신탁사에 대금을 지급했다.
분양자들은 "건설사와 분양대행사가 주거용 사용 여부와 옵션계약이나 수익률 등을 속여 분양했다. 기숙사 등 주거용 건물로 임대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홍보에 따라 계약을 맺었다. 용도상 임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민사소송을 냈다.
분양 계약 취소와 건설사·분양대행사의 공동 불법행위에 따른 분양대금 상당 배상 책임 등을 주장했다.
반면 토담건설 측은 지식산업센터 분양 과정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지 않았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사업계획서, 입주승인신청서, 분양 안내 책자 등에는 주거용으로 분양한다는 기재가 없다. 견본주택에는 침대나 주방 시설 등이 갖춰져 있었지만 주거 가능 부동산으로 광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사업자 등록 또는 부가가치세 환급 과정에서 지식산업센터가 비주거용 부동산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토담건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허위·과장 광고를 하며 무리하게 분양자들을 모은 분양 대행사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소송을 취하한 원고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토담건설에 대한 각 청구는 기각하되, 분양 대행사에 대한 각 청구는 모두 받아들인다"고 판시했다.
같은 재판부는 지식산업센터 내 또 다른 분양자 7명이 토담건설과 부동산 신탁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등 청구'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분양자들이 토담건설과 부동산 신탁사를 상대로 낸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토담건설 등이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이나 인근 공공기관 기숙사 등으로 쓰일 수 있어 월 임대료 또는 분양 대출이자 80%를 3년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분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양 계약 해지와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하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견본주택 설치나 분양홍보물에 쓰이는 이미지는 입주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제작되는 것에 불과하다. 다소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됐다고 해도 일반 상거래 관행 등에 비춰 곧바로 기망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반 업무시설 내에 종업원 복지 후생 차원에서 부대시설로 목욕실, 세탁장 등을 갖추는 것은 산업집적법 등에 따라 허용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 취지를 밝혔다.
또 "기망 행위로 원고들이 분양 계약을 맺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계약 내용에 대한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건설사 측이 입주승인서를 발급받아 줄 계약 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분양 계약을 해제한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건설사와 분양대행사 대표 등이 사기 등 혐의로 재판 중이지만 유무죄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행위를 전제로 원고들의 청구에 대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분양 사기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 4건 중 2건이 1심 선고까지 마쳤다.
한편 토담건설 대표·분양대행사 대표 등은 사기 등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 심리가 한창이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1월 사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지은 지하 2층·지상 25층 규모 지식산업센터를 일반 주거 시설로 속여 피해자 99명에게 계약금·중도금 명목으로 185억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형사 재판은 증인 신문 등이 장기화되며 1심 선고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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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 김금준 대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