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케치논 알약에 '오징어게임' 문양 넣어 제작
국제우편으로 합성대마 원료 배송받아 제작도
경찰, 시가 77억원 달하는 마약 원료 등 압수
해외에서 마약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 직접 마약을 제조하는 공장을 차린 뒤 생산·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향정) 위반 혐의로 메스케치논 제작자 A(20대)씨와 합성대마 제작자 B(20대)씨 등 9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1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메스케치논은 미국에서 1928년 처음으로 발견돼 1930~40년대까지 러시아에서 항우울제로 사용되다가 1995년 미국에서 금지물질로 추가돼 의약품 사용이 중단됐다. 이번에 적발된 마약류는 메스케치논 유사체일종인 '알파-피아이에이치피'로 확인됐다. 이 물질은 지난해 유엔에 통제물질로 지정됐으며 필로폰과 유사한 환각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10월 해외에서 밀반입한 메스케치논에 색소를 주입하고, 알약에 앞면에는 유명 티비 시리즈물인 '오징어게임'을 상징하는 '○△□' 문양을, 뒷면에는 오징어 그림을 넣는 등 직접 디자인한 마약 알약 1만여 정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합성 대마 원료물질에 전자담배 액상을 섞어 핸드믹서기, 가열교반기 등을 이용해 합성대마 액상 15ℓ를 제조한 뒤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이들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마약은 총 22㎏으로, 시가 77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상선으로부터 월급을 받으며 마약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선은 A씨와 텔레그램을 통해 소통하며 메스케치논 알약 제작법과 야산에 원료를 숨긴 뒤 좌표를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상선의 지시에 따라 지난 6월부터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 메스케치논 제조공장을 차린 뒤 알약이 타정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방음부스를 설치하고, 내부에 알약 타정기, 혼합기 등을 설치해 은밀하게 마약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독일에서 합성 대마 원료물질을 국제우편을 통해 밀수한 뒤 서울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마약을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국내에서 마약을 직접 제조해 시중가보다 6배 정도 저렴한 가격에 마약류를 판매한다고 홍보했으며, 경찰은 이들 조직처럼 국내에서 마약을 직접 제조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마약류를 제조한 뒤 야산에 묻어 두고, 위·경도를 이용한 좌표를 통해 판매책들에게 유통했다. 이어 판매책들은 운영 중인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구매자로부터 마약 구매 대금으로 가상자산을 받고, 주택가 화단 등에 묻어 놓고 숨겨진 마약류의 위치를 알려주는 수법 등으로 마약류를 유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구매자들의 휴대전화와 CCTV 2500여개를 분석해 판매책과 배달책들을 특정해 검거했고, 이후 마약이 공급되는 과정을 역추적해 A씨와 B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메스케치논 알약 6000정과 합성대마 5ℓ를 판매해 총 2억76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정원대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마약류 제조 사범들을 초기에 검거함으로써 국내에 대량으로 유통되기 전에 차단했다. 또 마약류 밀반입, 제조·유통 사범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마약류 범죄는 투약자 개인의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2차 범죄로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범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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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