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지방교육재정 개선 추진단 토론회
"OECD 평균, EU보다 사교육비 부담 높아"
"대선 교육공약 국고로…고등교육세 신설"
내국세 일정분을 유·초·중등 교육비로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교육계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교육 재정 투자가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정당국 주장처럼 학생 수 증감을 교육재정 책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는 앞으로의 교육 투자에 필요한 재원이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투자가 부족한 대학을 위해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재편하고 교육재정 규모를 늘리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수경 강원대 교육재정중점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과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재정연구실장은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 현안 진단 및 개편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토론문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지방교육재정제도개선추진단'이 주최했다. 추진단은 오는 4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와의 교육교부금 범정부 협의를 앞두고 교육계 의견을 담은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꾸려졌다.
남 소장과 이 실장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교육비에서 공적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초·중등교육 91.4%, 대학 등 고등교육 65.8%였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은 초·중등교육 96.4%, 고등교육 81.8%로 한국보다 각각 5%포인트, 16%포인트 높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초·중등 96.7%, 고등 79.5%)보다도 비중이 적었다.
사교육비 부담이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아 교육재정 투자가 더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급당 학생 수도 아직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각각 23명, 26명이다. 이는 같은 해 OECD 평균(초등학교 20명, 중학교 23명)은 물론, 유럽 평균(초등학교 19명, 중학교 21명)보다 높았다.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계에서 코로나19로 재조명된 바 있다. 교원단체 등은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면 감염 위험이 높아져 안전한 수업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 28명 이상의 과밀학급 해소에 나서기로 하고 1082개교에서 학급 신·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유아교육 투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아교육비 비중은 0.46으로 OECD 평균(0.60), 유럽연합 평균(0.56)보다 낮았다. 통계청 복지패널자료에 따르면 30개 국민 4명 중 1명(25.2%)은 세금을 주로 써야 할 사회문제로 아동양육, 교육문제를 꼽아 가장 많았다.
기조발표자인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등 고등교육 분야 정부 투자가 특히 저조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예산안에서 교육분야 예산 약 83조2000억원 중 유·초·중등은 84%(69조8000억원), 고등교육은 14%(12조원) 수준이다. 이를 두고 대학은 과소, 유·초·중등은 과잉 투자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를 송 교수는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확보방안 부재와 더불어 등록금마저 통제한 정부 정책의 실패를 지방교육재정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실제 대학 재학생 수 비율은 2000년 18.2%에서 지난해 23.6%로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교육분야 예산 중 고등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12.5%에서 9.3%로 하락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을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필요성도 제시했다. 송 교수는 "교부금 재원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 자체가 없어서 학생수가 감소하는 상황만 부각됐다"며 "(신도시 등) 사회적 인구이동에 따른 학교 신설 수요, 교육 여건 개선에 따른 학급 수 증가 요인, 대선이나 총선 등 정치적 요인에 따른 국가시책사업 수요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대선 공약과 같은 사업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하지 말고 국고보조금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부금에 기존에 포함되는 교육세를 법 개정을 통해 '고등교육세법'으로 바꾸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 교부율은 교육세가 빠지는 만큼 교부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당국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교부금 편성에 반영, 총액을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 27%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추진단 소속 전문가들은 교육비 산정은 학생 수가 아니라 학급 수에 맞춰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 수는 지난 20년간 줄었지만 신도시 신설 등 수요로 학급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나주범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은 "우리 개편 방안도 교육예산을 줄인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가면 갈수록 교육 질 개선이 진행돼야 한다면 방식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 수는 줄어들지만 학급 수는 늘고 있기 때문에 교육투자는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2008년부터 보면 2017년까지 학급 수가 감소했고, 2018년 이후 신도시 개발로 인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추진단 단장인 정종철 차관은 이날 "단순히 감소하는 학생 수에 비례한 교부금 축소 논의는 부적절하다"면서 "학교, 학급, 교원 등 다양한 요인, 교육정책 및 거버넌스와 연계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첫 단계"라며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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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