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 자릿수 잘못 읽어서…수도요금 8억 날린 지자체

전주시 대형 음식점 9년간 수도요금 6.9% 지불…7억여원 미고지
검침원에 손해배상 소송…재판부 "관리소홀 책임" 패소

전북 전주시가 9년 가까이 대형 음식점이 사용한 수도요금을 제대로 부과하지 못해 거액의 손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수도 계량기 검침원이 사용량 한 자릿수를 소수점으로 오인해 검침하면서 5억여원 상당의 수도요금을 날린 것이다.

전주시는 검침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전주시의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기각했다.

16일 전주지법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전주의 대형 뷔페 음식점은 2012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8년7개월 동안 수도요금 5798만원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실제 이 음식점에 부과해야 할 수도요금은 총 8억4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지난 9년 간 해당 음식점은 수도요금의 6.9%만 낸 셈이다.

이는 음식점을 담당하던 검침원이 수도 계량기 사용량을 잘못 기재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음식점의 수도 계량기 수치는 모두 6자리로 이뤄져 있는데, 검침원은 마지막 자리 숫자를 소수로 인식해 검침했다.

전주시는 2020년 8월 이 음식점의 수도 계량기를 교체하면서 실제 사용한 양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수도요금이 부과돼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후 곧바로 수도요금 회수에 나섰으나 공공요금 징수 시효 기간이 최근 3년으로 규정돼 있어 실제 되돌려 받은 요금은 2억6000만원에 그쳤다. 나머지 5억2000만원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전주시는 검침원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 검침원을 상대로 덜 부과한 수도요금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검침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전주시의 관리 소홀도 손해가 발생한 데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검침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시했다.

전주시는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항소를 포기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검침원이 담당한 계량기 800여개의 수치가 4~6자리로 제각각이어서 오류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침원들의 업무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워 벌어진 일로, 앞으로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해 실시간 유량을 확인할 수 있는 상수도 원격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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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