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도 안팔리네요"…강북 집값 심상찮은 하락세

서울 집값 -0.02%…성북·서대문구 -0.08%
길음동·홍제동 일대 아파트 가격 하향세 뚜렷
호가 뚝뚝…"급매물도 사려는 사람 거의 없어"

서울에서 강북권을 위주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성북구와 서대문구는 한 주 동안 아파트값이 0.08% 하락하며 지난주 보다 2배 이상 낙폭이 커졌다. 작년 영끌족이 몰려 집값 상승 주역이었던 지역일수록 집값 하락세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2% 떨어져 지난주(-0.01%) 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지난달 셋째 주부터 4주 연속 하락세다.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중랑구(0.01%)만 올랐고, 22개 자치구가 하락했다. 특히 성북구와 서대문구는 한 주 동안 0.08% 떨어졌다. 성북구는 6주 연속, 서대문구는 3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실제 이들 지역에서 직전 거래보다 수억원 하락한 거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8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26일 12억원(13층)에 거래됐는데 최고가인 작년 10월7일 13억9500만원(12층)에 비해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단지 전용 59㎡도 지난 10일 8억5000만원(1층)에 매매 거래됐는데 같은 1층 매물이 작년 9월18일 9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견줘 5000만원 하락했다.

길음뉴타운4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20일 8억1000만원(1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21일 8억7500만원(10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65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실제로 수요가 줄고 매물이 쌓이면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길음뉴타운4단지의 경우 전용 84㎡가 작년 8월 12억원선에 거래됐는데 최근 호가가 10억원선까지 떨어졌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려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성북구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말 최고가 보다 1억원 이상 호가가 내려갔지만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를 못 낼 정도로 어려워 공인중개업소들이 굶어죽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1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이 일대 아파트만 떨어지는 건 아니고 서울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도 비슷한 분위기다. 아파트 대단지가 많은 홍제동 위주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홍제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이달 3일 12억9000만원(3층)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이에 앞서 거래된 작년 9월27일 13억7000만원(8층)보다 8000만원 떨어졌다.

홍제삼성래미안 전용 60㎡의 경우에도 지난달 12일 7억2000만원(6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 8억4800만원(9층) 보다 1억2800만원 낮은 금액이다.

이외에 종로구(-0.07%), 은평구(-0.06%), 마포구(-0.04%), 강북구(-0.03%), 노원구(-0.03%), 중구(-0.03%) 등 전반적으로 지난주에 비해 하락폭이 확대됐다. 또한 거래 절벽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강남3구도 송파구(-0.02%)와 강남구(-0.01%)가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급등했거나 매물이 적체된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조정이 이어지며 서울 아파트값이 4주 연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새 정부의 정책 변화를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확산하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일 뿐 대세 하락장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선이라는 변수를 앞두고 불확실성 때문에 집주인이나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집주인들도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심리가 여전히 강한 상황이라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조정도 길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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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