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나라" 결혼 이주 여성도 참정권 행사 동참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편견·차별 느끼지 않아야"

"제 2의 고향과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4일 광주에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도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지난 2019년 국적을 취득한 결혼 이주 여성 이한나(43·여)씨는 이날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곡2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 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기표소로 들어갔다.

몇 분 뒤 기표소에서 나온 이씨의 두 손에는 곱게 접힌 투표지가 들려있었다. 이씨는 혹 누가 볼까, 기표 인주가 번졌을까 거듭 확인한 뒤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었다.

태국에서 태어나 2003년 입국한 이씨는 지난 총선에 이어 두 번째로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를 마친 이씨는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후보를 정했다.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뜻 깊으면서도 새로운 경험이다"며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경제 위기 극복, 다문화가정 차별 해소를 소망했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망가졌다. 특히 경제 분야가 위기를 겪고 있다"며 "마음 속으로 정한 후보는 경기를 보다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또 "주변에서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가 다르다고 다양한 차별을 겪는 경우가 여전하다"며 "이번에 뽑힐 대통령은 다문화 가정을 향한 차별적 시선을 해소해줄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결혼 이주 여성의 원활한 투표를 돕기 위해 나선 고려인 출신 통역사 김지연(50)씨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랐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2000년에 입국한 김씨는 광주에 터를 잡고 세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다.

김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문화 가정을 향한 차별적 시선이 공유되는 것 같다"며 "우리 아이를 비롯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편견과 차별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새로운 대통령이 이런 마음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주변 다문화가정 사이에서는 전쟁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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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강진 / 채희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