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여대생 사망케한 음주뺑소니범…항소심도 무기징역 구형

檢 "음주운전으로 시민 목숨 빼앗고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 모친 "구형·선고 이후 합의 시도, 반성문은 살아남기 위한 발악"
피고인 보며 '내 마음을 아는가'라고 묻기도

검찰이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대생을 음주운전으로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첫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형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첫 재판이었던 이날 재판부는 A씨가 유족 측과 합의에 이르거나 마음을 달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 결심 공판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빼앗고 위협했으며 심지어 도주하는 등 위험한 범행을 저질러 사회적 처벌 가치가 높다”라며 “만취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고 정지 신호를 위반하고 피해자들을 충격하는 등 매우 죄질이 불량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1심 구형량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유족에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라고 밝혔다.

A씨 역시 최후 변론에서 “운명한 고인에게 명복을 빌고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다”라며 “자녀를 잃은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무릎 꿇고 머리를 숙여 사과드리며 죽을 때까지 평생 참회하고 속죄하며 살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모친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피해자 모친은 울먹이며 “자신의 가족 한 명이 허무하게 죽었다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아직도 우리 가족은 눈물을 안 흘릴 때가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고 직후 블랙박스를 탈거하고 붙잡힌 뒤 사실에 대해 이실직고하지도 않았으며 처음부터 죄송하다거나 미안하다고 말하지도 않았다”라며 “무기징역을 구형받고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나서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반성문을 쓴 것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지 진심 어린 반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또 증인석에 앉아 A씨를 보며 “당신이 내 마음을 아는가”라고 울먹이며 묻기도 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약 31장의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후 2시 A씨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오전 1시 27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을 들이받은 뒤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다.

도주한 A씨는 사고 지점에서 약 4㎞ 떨어진 유성구의 도로 옆 화단을 들이받고서야 멈췄고 지나가던 시민이 이를 발견, 경찰에 신고해 검거됐다.

사고로 20대 여성은 30m가량 튀겨 나가 숨졌고 30대 남성은 전치 약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특히 A씨는 제한속도가 시속 30㎞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속 약 75㎞로 달리며 사고를 냈고 도주하다 차량이 멈추자 블랙박스를 빼내 도망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204%로 횡설수설하고 비틀거리는 등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여성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대전에 살며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생으로 치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죄질이 나쁘고 정차 후 블랙박스를 탈거하는 등 규범적 측면은 물론 윤리적 측면에서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라며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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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 박미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