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에…민주 "文 평화프로세스 옳은 길" 국힘 "사망"

文 평화프로세스 실패다, 아니다 두고 정부-국힘 공방
조태용 "이미 뇌사 상태…ICBM 발사로 공식 사망선고"
김기현 "북핵 폐기 진전없고 무기 개발 시간만 벌어줘"
민주 "평화프로세스 옳은 길…다음 정권도 그 길 가야"
윤건영 "책임론 어리석어…비핵화프로세스 정상화 중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28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한 대응책 논의를 위해 현안보고를 연 가운데, 야권은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패로 규정하고 북한의 무력 증강에 대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 장관을 향해 "2017년보다 2022년 발사한 것(미사일)이 여러가지로 북한의 능력이 증강한 것은 확실하다"며 "북한은 17년엔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이동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직립시켜서 발사를 했기 때문에우리가 이것을 방어하고 탐지, 포착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행형이고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은 실패했다"며 "이 정책은 이미 남과 북 사이에서는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생각이 되고, 이번에 북한의 ICBM 발사로 인해서 공식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핵화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진전이 이루어져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인데, 비핵화 진전에서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우리 정부로서는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를 바탕으로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했고 상당히 근접했다"며 "(하노이에서) 북미 간 합의만 있었다면 그 이후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 장관을 향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대화를 우선으로 했던 정책으로 보여지고, 결과적으로 보면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는 기반 구축에는 실패했다"며 "특히 북핵을 폐기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진전이 없었고,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을 포함한 미사일 같은 폭발력이 강한 굉장히 타격력이 높아진 무기의 개발을 촉진해 주는 시기만 벌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이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화를 우선하던 정책이 현 시점에서 실패로 완전히 귀결된 것이냐, 이런 점에 대해서 저로서는 다른 이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법을 추구했던 노력의 진실성을 폄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태영호 의원은 정 장관에 "북한의 ICBM 발사가 적대행위인가"라고 물은 뒤, "적대행위라고 단정짓는 것보다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답을 듣자 "우리 정부가 이 시점에서도 (성명에서)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는 것은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발사를 적대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석기 의원은 "결과적으로 말하면 김정은의 말을 너무 믿어서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며 "지금 김정은이 ICBM 발사하고 난 뒤에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서 배치해라, 이렇게 지시했지 않나. 지금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북한의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ICBM 발사는 판문점선언 정신에 위배된다. 당시 남북정상회담 합의는 유효한가"라며 "결국 현재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과는 없었다고 정의할 수 있지 않겠냐"고 몰아세웠다. 또 "ICBM 발사를 했다면 사실상 북한이 비핵화 의지는 없고 핵보유 의사가 확고하다. 이것을 분명하게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적어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 점에 대해서 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말씀이 계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국민들을 향해서는 유감 표명 정도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이라며 입장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유예)이 파기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길은 계승돼야 한다고 맞섰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일부 보수 언론이나 정치권이 누구 탓이다, 뭐 때문이다, 실패냐 성공이냐, 타탕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부분을 파기하고 한반도의 위험을 고조시킨 점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한 목소리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누구를 탓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며 "추가 도발에 대비하고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의원은 "북한 입장을 보면 평화를 말하는 문재인 정부보다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반가울 수 있다. 긴장을 자꾸 고조시키면서 일종의 적대적 공생이 가능하다"며 "윤석열 신 정부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정 장관은 이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계속돼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김경협 의원은 최근 ICBM 발사 전까지 모라토리엄이 지켜진 점, 남북간 무력 충돌이 없었던 점을 외교안보 정책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노이 노딜 이후 협상 교착 장기화 상황을 짚은 뒤 "북은 다급해 있는 것 같다. 미중 갈등, 미러 대립이 격화하는 시기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한번 압박해보자는 착각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라토리엄을 더이상 파기하지 않도록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김홍걸 의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이냐 실패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그 얘기를 할 것이 아니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분명히 옳은 길이고 다음 정권에서도 꾸준히 그 길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풀어나가는 세부 과정을 보자면 분명히 비판받을 점이 있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여러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과감하게 밀어붙여서 북이 다시 뒤로 물러나지 못하도록 양지에서 하는 외교력,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사실 아닌가"라며 "하노이 결렬 후 3년 동안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그랬지만 우리도 한편으로는 어차피 어렵게 된 상황인데 현상유지, 상황관리나 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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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