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 주역은 뒷전'…5·18기념식 초청장 늑장 발송 도마위

보훈처, 기념식 참석 규모 확대에 안일 행정
일부 5·18유공자·유족, 19일이후 초청장 받아
"추가 인쇄 지연…당일 입장 가능했다" 해명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의 부실한 행사 준비가 뒤늦게 도마 위에 올랐다. 참석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초청장을 제때 받지 못한 일부 5·18 유공자·유족 상당수가 기념식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국가보훈처와 5·18유공자단체에 따르면, 일부 5·18유공자·유족들은 지난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보훈처는 기념식 닷새 전인 13일 모든 5·18 유공자·유족 4430명에게 초청장을 일반 우편으로 발송했으나, 상당수 유공자는 기념식이 끝난 19일 이후에야 초청장을 받았다.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인 만큼, 사전 발송한 초청장을 건네받지 못한 유공자, 유족들은 현장에서 초청 명단 확인·신분증 대조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입장할 수 있었다.

때문에 기념식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1300여 명 규모(경찰 추산)로 진행됐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 주요 5·18유공자단체장과 각계각층 인사로 앞 좌석은 가득 찼으나, 뒷좌석은 비거나 경호인력 등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

기념식장에서 상영된 5·18 항쟁 경과 설명 영상에 등장했던 한 유공자도 20일에서야 초청장을 받아 기념식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5·18유공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유공자는 "예년에는 5·18항쟁기념일 일주일 전이면 초청장이 집으로 왔지만 올해는 기념식 끝나고 이틀 뒤에야 도착했다"며 "유공자를 우롱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울며 겨자먹기'로 보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웃기는 행정이다"고 꼬집었다.

항쟁 당시 시민군 기동타격대 출신 한 유공자는 "매년 보훈처가 보내던 기념식 초청장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언제쯤 올 지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며 "기념식장에서 동지 얼굴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올해는 행사조차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임종수 5·18공로자회장은 "초대장을 받지 못한 유공자들의 항의 전화가 5건 가량 있었다. 기념식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는데 초대장 발송 문제까지 불거지는 등 보훈처가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비판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기념식을 앞두고 일부 회원들에게 초대장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고흥에 사는 한 유공자는 행사 전날까지 초청장이 오지 않자 문의 전화까지 했다. 신분증 확인 등을 거쳐 당일 기념식 참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거듭 공지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올해 5·18기념식은 당초 700명 규모로 준비하던 중, 지역시민사회의 기념식 확대 요구가 있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완화 등을 감안해 '열린 행사'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참석자 명단 재정리, 초청장 추가 인쇄 등에 사흘이 더 걸렸다"며 "이달 13일부터 일괄 발송을 했는데 일부가 뒤늦게 받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념식 당일 현장에서 초청자 명단만 확인되면 국가유공자증, 신분증을 제시한 경우에 한해 입장을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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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