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주당에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중 택일 요구
인사청문회 패싱 거론…원 구성 조속 합의 압박도
여야가 국회 '개점휴업' 끝에 8일 원 구성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탈환을 최우선 목표로 둔 가운데 원 구성 합의 지연 시 인사청문회 패싱을 압박하며 이를 지렛대로 삼아 협상력을 높이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배분을 일괄 타결하는 원샷 합의를 협상 전략으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전반기 국회에서도 원내 1,2당이 11대 7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기로 합의했던 만큼 후반기 국회에서도 이같은 원칙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하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기로 한 지난해 7월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합의안을 민주당이 수용할 것인가다.
원내 상원으로 불리는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심사한 법안을 본회의 상정하기 전 한번 더 심사하는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 만큼 국회의장직을 야당이 맡을 경우 법사위원장 만큼은 여당이 맡아야 정부의 국정 운영에 입법 차원의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연일 법사위 반환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여론전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국회의장을 포기해야 한다"며 "민주당만 협조한다면 원구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강기윤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국회의장은 민주당,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갖기로 한 여야 합의도 무시한 채 법사위원장 또한 자신들이 가져가기 위해 몽니를 부리느라 국회 공전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채익 의원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반기 원구성 합의안을 부인하려들자 "본인 전임자가 합의한 내용임에도 판을 뒤집자는 말인데 내가 살고 있는 전셋집 주인 바뀌었다고 전세 계약을 다시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만 탈환하면 '11대7' 원칙하에 일부 중요 상임위를 야당에 양보하는 유연성을 협상에서 보여줄 태세지만, 민주당이 완강하게 법사위 사수를 고수하고 있어 단기간에 합의점을 찾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원 구성 합의가 지연될 경우 인사청문회를 패싱할 수 있다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는 야당 입장에선 효과적인 대여 공세의 장이 될 수 있는 인사청문회를 지렛대로 삼아 '패싱'을 압박하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원 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 인사청문요청서는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등 4건이 접수됐다. 권 원내대표는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의 경우 전반기 국회 임기가 종료되기 전 청문요청서가 접수됐는데도 민주당의 반대로 기재위에서 청문회가 불발된 만큼 행정부에 청문회 지연 책임을 넘길 수 없다며 대통령의 청문회 없이 임명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 합참의장, 국세청장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어있고, 그 가운데 국세청장 후보자는 이미 인사청문 기한을 넘겨버렸다"며 "국회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해야함에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에선 국회의장단과 인사청문특위부터 구성해 청문회를 먼저 진행한 뒤 별도로 상임위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패싱 논란이 원 구성 협상의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모자란 정도가 아니라, 가당치 않은 후보자를 추천해놓고 청문회도 없이 무턱대고 임명하는 게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문회 패싱 시도에 반발했다.
반면 국회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별도 입장문을 내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대면으로 또 유선으로 일정합의에 최선을 다하였으나, 연락을 피하거나 이핑계 저핑계로 인사청문 진행을 차일피일 미룬 것은 바로 민주당"이라며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 패싱을 공론화는 것 자체가 민주당에 조속한 원구성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이 원 구성 시한을 6월 말로 제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반기 국회처럼 원 구성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경우 다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패싱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고,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한 뒤 임명할 수 있다. 만약 여야간 지루한 힘겨루기로 원 구성 합의가 지연돼 청문 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지만 현실적으로 원내 의석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청문회를 패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음주운전 전력이 교육부 수장으로서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청문회 패싱을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소지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청문회 패싱 전략의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민주당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쓸 수는 있더라도 협상 목표에서 우선순위는 아닐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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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