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 때 홍보대행사 대표에게 금품 제공 혐의
안 전 시장 "홍보 도와준 것만 알지 돈 지급 사실 몰라"
안 전 시장 아내 "남편 측근에게 인정상 돈 빌려준 것"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보대행사 대표에게 1억원이 넘는 거액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상수(76) 전 인천시장이 "아내가 돈을 지급한 사실을 몰랐다"며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 심리로 열린 14일 2차 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안상수 전 시장 측은 첫 재판 때처럼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안 전 시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홍보대행사 대표 A(50)씨와 피고인의 측근 B(54)씨가 자신의 홍보를 위해 일한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피고인의 아내 김모(62)씨가 이들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지지율이 미약해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동정심을 유발해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목적 또한 없었다"고 말했다.
안 전 시장의 아내 김모씨 측 변호인 또한 "피고인은 오랫동안 남편을 도왔던 측근 B씨에게 인정상 돈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며 "A씨와 B씨의 거래 관계에 대해선 전혀 몰랐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첫 재판에서 "안 전 시장 측은 대통령 경선에서 후보가 될 목적으로 홍보대행사 대표 A씨에게 매월 150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회에 걸쳐 총 1억1300만원을 측근 B씨에게 지급했다"는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 때 안 전 시장의 경쟁 후보였던 당시 무소속(현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홍보를 담당한 인물로 알려졌다.
안 전 시장 측은 측근인 B씨와 함께 A씨를 만나 안 전 의원에게 유리한 허위 내용을 방송사에 제보해 보도되도록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B씨 모두 같은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돼 22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A씨는 한 방송사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윤 의원 홍보 글이 포털 사이트 상단에 게시되게 하거나 안 전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를 눈에 잘 띄도록 하는 작업을 했다고 허위 제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한 방송사는 2차 예비경선 투표 첫날인 지난해 10월6일 A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윤 의원 선거캠프가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6분 동안 보도했다.
보도 다음날인 같은달 7일 오전 안 전 시장은 국회에서 "총선 때 억울하게 낙선했으니 당내 예비경선에서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윤 의원 선거캠프가 매크로 작업을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14일 안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없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필요 있다"며 기각했다.
같은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인천지법을 나서던 안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불분명하고, 직접 관여도 안 돼 있다"며 "전체적으로 무죄가 확실할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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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