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친족 가구, 1년 전보다 11.6%↑
경제적 이유로 결심…살아보니 장점 많아
"새로운 삶의 방식이자 가족 형성의 모습"
"다양한 형태의 가족 포용하는 정책 필요"
#.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27)씨는 남자친구와 반년째 함께 살고 있다. 집안일을 분담하고 월세, 관리비, 생활비를 함께 낸다. 윤씨는 "처음 동거를 결정할 때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족과 생활할 때보다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족이 아닌 친구·연인과 함께 사는 비친족 가구가 늘고 있다. 2030 사이에서는 룸메이트나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한데, 향후 비친족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비친족 가구는 1년 전보다 11.6% 늘어난 47만2660가구로 집계됐다.
비친족 가구란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말한다. 같은 기간 비친족 가구원 수는 101만5100명을 기록해 집계한 이래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구성원들은 월세 등 생활비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경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동거인으로부터 심리적 안정감까지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김모(27)씨는 100만원 넘는 쓰리룸 월세살이를 하지만, 친구 두명과 이를 분담하고 있다. 거실과 주방은 공유하고 각자 방은 따로 쓴다. 김씨는 "개인 공간은 확보되면서 보안 측면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대면 수업이 재개한 대학가에서는 룸메이트나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보증금과 월세, 계약기간부터 생활패턴까지 공유하면서 룸메이트나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동거생활을 경험해본 학생들은 취업 등 이유로 거주지를 옮기더라도 새로운 하우스메이트를 찾아 나서는 경우도 많다.
혈연에 얽매이기 보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등 가족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비친족 가구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비혼동거가족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4.1%는 '가족은 심리적으로 유대감을 느끼는 친밀한 관계'라고 답했다. '가족은 법적으로 연결된 관계', '혈연관계'라는 응답보다 높았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볼 수 있었다"며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에서 비혼동거는 결혼으로 가는 전 단계의 의미만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가족 형성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가족정책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비친족 가구 등 새로운 가족 형태에 걸맞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친족 가구는 주거 지원 등 법률혼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 정책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해 제도적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함을 겪는 모습이다.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27)씨는 "같이 사는 것과는 별개로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둘 중 하나가 아프면 떨어져 사는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야 해 불편하다"고 전했다.
가족정책이 전통적 개념의 가족 중심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는 가족 범위를 제한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정의하는 건강가정기본법 조항도 손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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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