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물이 폭포수처럼 집 안으로 들어 왔어요. 이젠 빗소리만 들어도 괜히 화들짝 놀란다니깐요."
1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대피소에서 뉴시스와 만난 김모(80)씨는 폭우가 쏟아졌던 그날 밤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씨는 대피소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판자촌 구룡마을 주민이다. 그의 집은 지난 8일 말 그대로 '물폭탄'을 맞았다. 토사물이 인근 야산에서 쓸려 내려오고 빗물도 무릎까지 찼다.
세탁기가 물에 잠기는 등 어질러진 집에서 도망치듯 나온 김씨는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신청한 뒤 임시 대피소에서 머무는 중이다.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구룡마을 일대에서 357명의 침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총 88명의 수재민들이 3~4일째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구룡중 강당에는 이재민들을 위한 막사 69개가 설치돼 있고, 끼니를 때우기 위한 컵라면, 과자, 숙면을 돕는 침구들이 안에 놓여 있었다.
침수 당시 급박한 탈출 상황을 말해주듯 이재민들이 신고 온 흙탕물 묻은 슬리퍼와 고무신들이 강당 바닥 곳곳에서 보였다.
이재민들은 비가 무섭도록 쏟아지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집을 잃은 상황이 허망하다면서도 자연 재해의 무서움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구룡마을 주민인 60대 정모씨는 폭우가 내린 당일 밤 대피소를 찾았다. 빗물은 오후 9시께 집 옆 가게 벽을 통해 새어 들어왔고 20여분 만에 급격히 들어찼다고 한다.
빗물을 바깥으로 흘려보내고자 그는 남편과 가게 벽에 장도리로 구멍을 뚫을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구룡마을에 총 8지구까지 있는데 3지구 같은 경우 도랑물 위 다리가 끊어지는 등 피해가 크다고 들었다"며 "한 주민은 소방대원들이 던져준 밧줄로 겨우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묘사했다.
다른 한 주민은 세면도구, 수건 등이 담긴 응급 구호세트를 챙기며 정리를 위해 집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전날 비가 그쳤을 때 집안을 정리하며 손바닥에 난 상처를 보여줬다.
그는 "수건 10개로 바닥을 아무리 문질러도 흙탕물이 나왔을 정도"라며 "역류한 물에 빗물까지 들어찬 집 안을 혼자 다 정리할 생각하니까 눈 앞이 아득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 곳곳에서도 비 피해가 이어졌다. 당일 강남 지역 강수량은 시간당 100㎜ 이상을 기록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잠정 집계된 인명 피해는 사망 11명, 실종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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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