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살 공무원 유족, 문재인·박지원 고발
감사원 조사 거부는 감사원법 50조 위반
전문가들 "구체적 혐의 없는 조사 거부"
"처벌 어려울 수도…檢 수사 요청 단계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감사원 조사를 거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지만, 현 단계에서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해상에서 숨진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6월17일부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 방침을 통보했지만 거부당했다. 같은 달 23일과 27일에는 박 전 원장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고, 서 전 실장 측도 이보다 한주 정도 빨리 출석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도 모두 조사는 거부했다.
이씨 측은 이들의 감사원 조사 거부가 감사원법 50조가 정한 '감사대상 기관 외의 자에 대한 협조 요구'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51조 1항 3호에 명시된 벌칙 조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등을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실제 처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씨 측이 적용한 법 조항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일단 조사를 거부한 '정당한 사유'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박 전 원장이나 서 전 실장은 "검찰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조사를 거부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내용으로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으니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무례하다"는 입장으로 조사를 거부했는데, 이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 한 차례 조사를 거부했을 뿐이기 때문에 당장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씨 측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이 2015년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사례를 예로 들었지만, 해당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감사원이 방송문화진흥회를 감사하며 김 전 사장에게 예산 세부 내역서와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요구한 것은 3차례에 달했다.
2013년 이후 감사원법 위반으로 처벌이 확정된 사례는 김 전 사장 사건을 포함해 총 4번 있었는데, 이들은 3차례 이상 자료 제출을 거부했거나 아예 틀린 자료를 감사원에 전달한 경우였다.
김 전 사장의 경우에는 감사원 직접 감사 대상이 아니었던 점을 토대로 "감사대상기관 이외의 자에 대한 자료제출의무의 부과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원장, 서 전 실장도 김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감사원의 직접 감사 대상자들은 아니다. 실제로 감사 대상이 아닌 이들에 대한 강제 조사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감사원법 고발이 검찰 수사의 도화선이 될 수는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적 혐의도 확인 안 된 상태에서 조사에 거부했다고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가기 위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씨 측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문 전 대통령 등이 고발된 7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 사건 감사가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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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