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마저 '윤리실종' 불법찰영…잇단 공공기관 성범죄

3년간 공공기관 성폭력 최소 1477건
예방교육 실시율 99.8%…동영상 위주
"참여형, 토론형 등 효과성 제고해야"

국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예방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 A씨가 지난 12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8월 초에 서울 지하철 한 승강장에서 여성 승객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소속 B씨가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내 체력 단련장에서 운동하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신당역 살인 사건' 가해자인 전주환도 서울교통공사 재직 시절인 지난해 10월에 불법촬영을 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공공기관에서 성폭력·성희롱이 발생해 여성가족부에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한 건수는 총 1477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구분하면 2020년 292건에서 2021년 73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6월 기준으로 446건이 발생했다.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국가기관의 장은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면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가 없는 한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지체없이 통보해야 하는데, 피해자가 반대를 했거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여성가족부에 통보하지 않는 사례도 있어서 실제 공공기관 성폭력·성희롱 사건은 위의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성폭력·성희롱을 예방하고 성평등한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매년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여성가족부에 제출한다.

지난 5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교육 실적 점검 결과를 보면 1만7847개 기관의 교육 실시율은 99.8%에 달한다.

기관장 참여율이 99.8%, 고위직 참여율도 93.6%였으며 종사자 참여율은 92.9%다.

특히 국가기관의 경우 기관장 참여율 99.9%, 고위직 참여율 95.8%, 종사자 참여율 96.0%로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보건복지부의 경우 2021년 고위직의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은 91%로 전체 평균보다는 낮지만 90%를 넘었다.

공공기관 예방교육의 경우 기관 수가 1만7000여개에 달하는 만큼 특정 부처에서 직접 교육을 실시하기는 어려워 기본적으로 각 기관별 자체 교육으로 진행한다.

성폭력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되거나 대책 점검이 필요한 경우엔 여성가족부가 해당 기관에 현장 점검을 할 수 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올해 446건의 신고 중 현장 점검은 10건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예방교육을 좀 더 내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면 예방교육이 대부분 동영상으로 진행되고, 영상도 틀어놓기만 하거나 그조차도 보지 않고 사인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참여형, 토론형 교육 등 효과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당초 2년 연속 실적이 부진한 기관을 공표했으나 2021년 실적부터는 당해 연도 실적 부진 시 언론에 공표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했다.

또 고위직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교육 콘텐츠를 지속 개발 중이다.

아울러 여성가족부는 지난 1년간 실시했던 국가기관 성폭력·성희롱 사건 재발방지대책 수립 현황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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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