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공론화 먼저"…특전사 5·18 묘역 참배 논란 들불

시민사회단체 "적절한 공론화 없어…참배 재고해야"
5·18 단체 "진상규명 밑거름 차원…진의 이해해달라"

 5·18민주화운동 일부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추진하는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와의 '용서와 화해' 대국민 선언과 국립5·18민주묘지 합동 참배 예고를 둘러싼 논란이 지역 사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재야 민주 인사와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 공론화 등이 없었다며 행사 개최를 염려하는 한편, 주관 5·18 단체는 이번 행보가 진상규명으로 다가가는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원로들이 이끄는 단체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광민회)는 14일 오후 광주 동구 민주의집에서 현안 관련 회의를 열었다.

5·18 단체와 특전사 동지회가 오는 19일 국립5·18민주묘지 합동 참배 등을 예고해 이를 시급히 다룰 필요성이 떠오르면서다.

광민회는 5·18과 관련한 정부 주도 진상규명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단체들이 섣불리 행동한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행사가 진행될 경우 당시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들의 만행이 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 면죄부를 쥐어줄 수 있다는 염려도 표했다.

충분한 숙의 과정이 있었더라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광민회 내부 분위기는 전날부터 이어져 온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 (사)오월어머니집 등 5·18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시민사회단체들은 연이틀 성명·입장을 내면서 행사 진행과 합동 참배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화해 수순에는 동감하나 특전사 단체의 미흡한 진상규명 의지, 진정성 없는 사과 우려, 공론화의 부재라는 3박자가 행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비판과 우려가 빗발치자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끝내 행사 참여를 취소했다.

계엄군에 희생된 광주 시민들의 유족이 모인 단체는 당초 행사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참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행사 이후에도 진상 규명을 위한 계엄군 양심 선언과 신군부 수뇌부의 공식 사과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최종 불참을 선언했다.

5·18 당시 고(故) 박관현 열사와 함께 신군부에 수배됐던 정용화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월 단체가 광주 시민 모두의 정서를 대변할 수 없을 정도로 5·18은 거대 담론이 됐다"며 "뜻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당시 함께 투쟁했던 동지, 선·후배와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5월 단체는 행사가 진상규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진의를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이번 합동 참배 등 행사는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계엄군들이 스스럼없이 사회로 나와 양심고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된다"라며 "이후 조성된 화해 분위기는 남은 진상규명 절차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18 유공자들은 각자 단체를 만들어 국가 등을 향해 피해 사실을 호소해왔지만 계엄군들은 그러하지 못했다"며 "부당한 명령에 따라야만 했던 계엄군 또한 국가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다. 5·18이 나서 포용해 함께 5월 정신을 계승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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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