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만이 능사인가" 광주시 공공기관 혁신안 반발·우려

"정부 방침 역행·고유 기능 이해 못한 처사·전문성 쇠락"
DJ센터·관광재단 물리적 통합은 우스꽝스러운 발상
"혁신안 민선7기 흔적 지우려는 시도로 보여, 역풍 불 것"

공공기관 구조 혁신안에 따라 통합 대상이 된 일부 공공기관이 광주시의 통합 원칙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산하 24개 공공기관 중 8개를 4개로 통합해 모두 20개로 축소한다.

이중 광주테크노파크와의 통합이 결정된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은 광주시가 지방자치단체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정부 방침과 다른 길을 가려한다며 통합에 반대했다.



정부의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은 광주·부산·대전 등 전국 8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정책전담기관(광주의 경우 과학기술진흥원)을 확대하고, 정책 기획·조사·분석 기능을 강화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과학기술 정책기획 기능과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는 "광주시가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뒤로한 채 조직의 기능을 오히려 축소시키려 한다"며 "통합 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국적 흐름을 봐야 한다. 테크노파크와의 통합은 결국 과학기술진흥원의 전문성을 쇠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진흥원의 해산은 재적이사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뒤 과기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은 지역 연구개발(R&D)의 경쟁력 강화, 과학기술 정책방향 제시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2009년 설립됐다. 지역 연구개발 전담기관인 광주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개발지원단 육성지원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제고용진흥원과 통합을 앞둔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역시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생일자리 재단 관계자는 "전날 광주시가 발표한 혁신안은 합목적성이 결여됐다. 통합의 근거나 기대효과 등 객관적 자료조차 제시하지 못한 일방적 발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사민정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상생일자리재단 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다. 이 같은 취지를 무시한 채 혁신의 대상으로만 재단을 본 것 같아 안타깝다. 구성원들과의 소통도 없었다. 재단 설립의 목적과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상생일자리재단은 2019년 1월 노사상생도시선언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지역 노동 정책 전반의 실효성 확보는 물론 노동 관련 단체와 시설 등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노동서비스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관광재단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통합, 광주관광공사를 만든다는 광주시의 계획에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관광재단은 문화를 지향해 온,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관이다. 성질이 다른 두 기관을 물리적으로 통합, 시너지를 창출해 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센터의 명칭 또한 함부로 변경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컨벤션센터 설립 계획 당시의 명칭은 광주전시컨벤션센터였다. 이후 대내외적 마케팅 활동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광주시민의 여론 수렴 절차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전 허락을 받은 뒤 김대중컨벤션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같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단시간에 부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다.

아울러 2005년 9월 개관 이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며 지역 내 마이스산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센터의 전문성을 통합이라는 틀에 가둬 그 기능과 역할을 축소시켜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있다.

김대중컨벤션센터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광주의 발전이라는 센터 본연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의견은 적극 건의하겠다. 혁신 추진 절차가 원만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통합 대상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혁신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광주시가 전날 발표한 혁신안은 민선7기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혁신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전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8기 광주시 공공기관 구조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공공기관 구조혁신은 경영효율성 제고와 시민에 대한 책임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유사·중복 기능 조정과 민간 경합사업 정비 ▲기능중심 조직 통합과 기능 강화 ▲통합에 따른 고용보장 등 3대 기본원칙에 따라 이뤄졌다.

통합기관은 ▲광주관광공사(관광재단+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테크노파크(광주테크노파크+과학기술진흥원) ▲광주사회복지서비스원(사회서비스원+복지연구원) ▲광주상생일자리경제재단(상생일자리재단+경제고용진흥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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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