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목적" 입원 환자에 청소 시킨 병원…법원 "단순 노동"

인권위, 환자에게 청소 부과 중단 권고
병원 측 "청소는 정당한 재활치료" 소송
1심 "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 침해" 판단
"환자의 청소는 치료 아닌 단순한 노동"

 알코올 의존 증 환자들에게 재활치료 목적으로 청소를 지시했더라도 이는 치료의 한 방법이 아닌 단순한 노동에 해당해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지난해 12월15일 A씨 등 4명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상대로 "부당한 노동부과행위 중단 권고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B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2020년 5월 입원환자 중 한 명은 인권위에 'B병원이 환자들에게 청소를 시키고,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제한을 한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같은 해 8월 이 같은 진정이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B병원에 청소 등의 노동을 환자에게 부과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휴대전화 소지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란 취지의 권고 결정을 내렸다.

A씨 등은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인권위의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청소는 노동 부과가 아니라 재활치료 목적이므로 환자들의 동의 내지 신청 하에 진행됐으며, 최저임금 수준의 1.7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고 합법적인 청소 등의 작업치료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병원에서 청소 등을 환자에게 부과한 것은 헌법에서 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내지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나오는 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관련법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시하는 방법에 따라 작업을 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B병원 전문의가 작업 방법 등에 관해 특정한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B병원의 청소 등 부과가 치료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B병원 환자들이 수행한 청소는 B병원 운영에 필수적인 노동으로 원래 B병원이 제공했던 서비스"라며 "노동에 대한 대가는 소수의 직업재활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만 지급된 점 등 청소는 B병원의 일방적인 필요에 따라 환자들에게 부과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에게 부과한 청소 등은 정신과 치료의 한 방법으로 적용된 것이 아닌 단순한 노동에 해당한다"며 "A씨 등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 청소하게 한 이유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문헌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며 청구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B병원에서 시행된 작업요법의 목적으로 주장하는 것들은 환자들에게 단순 작업을 부과함으로써 기대되는 막연하고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며 "그런 목적이 청소를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된다고 볼만한 별다른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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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