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보다 12월이 11도 낮아…역대 최대 하강폭
1월 중에도 냉탕·온탕 반복…낙폭 20도로 최대치
여름철에는 한반도 안에서 홍수와 가뭄이 나뉘어
전문가들 "대기에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증거"
지난 1월에 '깜짝 봄 날씨'가 찾아왔다가 돌연 '시베리아 한파'가 몰아닥쳤다. 남부지방은 1년 중 3분의 2를 가뭄에 시달렸고, 수도권과 중부지방에는 전례를 찾기 힘든 폭우가 쏟아졌다.
같은 계절이라도 기온과 강수량 등이 큰 폭으로 달라지는 현상이 한반도에서 거듭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충격이 기후 변동 폭을 크게 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기상청의 '2022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기온은 가을 막바지였던 11월보다 11도나 떨어져 1973년 이후 가장 큰 하강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은 평균기온이 9.6도로 1973년 이후 11월 평균기온으로는 4번째로 높았던 데 반해 작년 12월 평균기온 1.4도로 1973년 이후 4번째로 낮았다.
겨울이 한창인 올해 1월엔,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 듯 기온이 급등했다. 1월11일 오후 4시에는 울진(16도), 강릉(16도), 순천(13.8도)에서 당월 일최고기온을 찍었고, 울산(15.6도), 부산(13.6도), 제주(16.5도) 등도 봄처럼 포근했다. 1월13일 전국 평균 기온은 9.6도까지 치솟았다.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에 강추위 대신 따뜻한 봄 날씨가 찾아오면서 때아닌 겨울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고, 3~4월에야 피는 개나리가 발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깜짝 봄 날씨'는 1월 하순께 뚝 떨어졌다. 1월25일에는 평균기온이 -10.2도를 기록했다. 1월 기온 하강폭이 19.8도에 달해 역대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한반도에 과거와는 다른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비단 지난 겨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 여름에는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강수량 차이는 458.0㎜로, 1995년(536.4㎜) 이래 두 번째로 큰 격차를 보였다.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걸쳐 평년보다 많은 941.3㎜의 비를 쏟아낸 반면, 남부지방에는 483.3㎜의 비만 내렸다.
지난해 8월 수도권과 중부지방에는 집중 호우로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반면, 남부지방에서는 가뭄이 계속됐다.
남부지방의 지난해 가뭄일수는 227.3일을 기록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충격이 쌓이면서 전례 없는 기후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감기 몸살을 심하게 앓을 때 열이 났다가 오한이 왔다가 하는 것처럼 대기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충격으로 기후 변동 폭이 커진 것이다"며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는 극단적인 기후 변동이 나타나는 것은 대기에 계속해서 온실 가스로 인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후의 평균값에서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날씨에 의해서 피해를 입는다"며 "앞으로 더 많은 극단적인 기후가 나타날 것이고 그 피해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원태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기후센터 원장도 "기후 변동 폭이 커진 데에는 온실가스가 축적된 영향이 있다"며 "겨울동안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기후 변동 현상은 하나의 경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존과 다른 형태로 드러나는 한반도의 기후 변화에 맞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 전 원장은 "지금까지는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할 때 과거 경험만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왔다"며 "그런데 현재는 온난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에 의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시나리오 등을 적극 활용해 미래 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홍수와 가뭄, 한파와 폭염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기후현상인데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서 이 모든 것들을 다 한데 고민해야 하기 시작했다"며 "예전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할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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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