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초임 여경 스토킹한 혐의 경찰관 벌금 500만원 구형

검찰 "약식 명령인 벌금 300만원 보다 중한 처벌 불가피"
변호인 "성공한 썸은 처벌받지 않고 실패한 썸은 처벌받아야 하냐"
피고인 "재판하는 이유는 더 이상 사람을 잃기 싫어서"

검찰이 20대 초임 경찰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배 경찰관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종길)는 28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41)씨의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고 해서 거부 의사 철회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심각한 점, 피해 회복 없고 피해자 처벌 의사가 있는 점, 반성하지 않고 여죄가 의심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약식 명령인 벌금 300만원 보다 중한 처벌 불가피하다"며 벌금 500만원과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의 변호인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공포심 또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가 아닐 가능성, 의사소통 거절 의사가 철회됐거나 그렇게 의식했을 가능성, 사회상규상 성인남녀 간 호감 표시에 불과하다"며 "법대생으로 사시 공부를 하던 중 30세에 공인중개사 취업했고 6개월 만에 그만뒀다. 다소 눈치 없는 남자일 수는 있다. 그러나 스토커라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를만한 사람은 아니다. 성공한 썸은 처벌받지 않고 실패한 썸은 처벌받아야 하냐"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최후 변론에서 "A씨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고소인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생각한 것 아니다"며 "경제적 피해도 지난 3년간 직장에서 동료도 많이 잃었다. 재판하는 이유는 더 이상 사람을 잃기 싫어서다"고 말했다.

A씨는 2022년 2월6일 오후 9시54분께 피해자 B(26)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시내 갔다가 버스 타고 오는겨?", "소주 한잔 한겨?", "오랜만에 봐서 반갑네" 등 메시지를 전송한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2022년 2월8일 오전 11시48분까지 24회에 걸쳐 전화를 하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 A씨는 피해자에게 "너구리 먹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피해자는)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다.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문자 직후 피해자 B씨는 2020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11월에는 "아주 불쾌하고 희롱적인 발언이라 생각 들어서 기분 더러워요. 진짜 불쾌해요. 수치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일절 개인적인 연락이나 안 했으면 좋겠다" 등 내용이 담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 후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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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