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훈련·가혹행위에 극단적선택
재조사 후 국방부 지난해 순직 결정
1심 "관리 소홀…국가가 배상해야"
베트남 파병을 준비하던 부대에서 고강도 훈련과 가혹행위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A씨의 형제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947년생인 A씨는 입대한 지 약 3개월 만인 1969년 8월 훈련 중 몸이 불편해 소대장의 허락을 받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실종됐고 하루 뒤 사망한 채 발견됐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유족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조사한 결과, 당시 A씨가 소속된 부대에는 병사들을 때리는 분위기가 만연했고, 특히 A씨와 같은 신병에게는 더 높은 강도로 구타·가혹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소속된 부대는 베트남전 파병을 목적으로 훈련 중이었는데, 1968년 김신조 등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전군에 대비태세가 강화돼 작업과 훈련의 부담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이런 사정 등을 종합해 A씨의 사망을 병영 부조리 및 신병 관리소홀 등으로 인한 순직으로 재심사해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고,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이 요청을 받아들여 순직 결정했다.
이후 A씨 형제들은 사건 당시 부대가 A씨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고, 그 사망을 단순 자살로 종결한 과실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79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홍 판사는 A씨 부대에 가혹행위가 만연했던 사실, 당시 시대배경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당시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그런 A씨에게 홀로 총기를 소지한 채 부대로 복귀하도록 한 점, 가혹행위 등을 시정하려는 부대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점 등의 과실로 인해 A씨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라고 봤다.
다만 홍 판사는 A씨가 군 내부 수단을 통해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점, A씨의 군 복무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국가의 배상책임은 5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살아있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소득(일실수입)과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등을 합쳐 국가가 1922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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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