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 임명 기관장 사퇴 종용한 혐의
검찰 "직접 전화해 사직서 제출 요구"
조명균 측 "직남 아니고 인과관계 없어"
임기가 남은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측이 첫 재판 절차에서 "직권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조 전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밝히며 "피고인(조 전 장관)은 장관실에서 사퇴 거부 대응 방안을 보고 받고 직접 (당사자에게) 전화해 '국회 새 회기 시작 때까지 사표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해임 사유가 없고 1년 이상 임기가 남았음에도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서를 제출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은 "직권남용 사실이 없다. 당시 이사장은 정권 출범 직후 재단을 정리할 의사가 있었다"며 "설사 직권의 남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직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부처와 달리 (사퇴 압박 의혹이 있는) 기관이 많지 않고 간단하다"며 "결국 일반적 직무권한이냐, 직권남용이냐, 인과관계가 있냐 정도가 쟁점일 것 같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입증 계획과 앞으로 진행될 증인신문 계획 등 재판 절차를 정리하기 위해 오는 6월12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본격 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7월께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을 상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조 전 장관 외에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따로 재판받고 있다. 이들 4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7일 열릴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이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이 지난 2019년 3월께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 중앙행정부처 전반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제기됐다.
다만 이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검찰 수사는 20대 대선 직후인 2021년 3월 산업부와 산하기관 등을 압수수색을 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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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