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빙자 유사강간·추행 무속인 '징역 7년' 쌍방 항소…피해자 26명

1심 징역 7년…"민감 부위 만지는 퇴치법 없어"
제주지검 "절박한 심정 악용…무거운 처벌 필요"
무속인 "왁싱·타투 같은 행위…동의서도 받았다"

퇴마 행위 등을 빙자해 여성 손님 20여명을 추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무속인이 형이 무겁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맞항소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무속인 A(49)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어려운 문제나 고민 등을 무속적인 방법으로라도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피해자들을 상대로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처지를 악용해 기망했다"며 "A씨를 더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항소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A씨도 지난 10일 법원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퇴마 행위가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타투 등과 같이 민감한 신체 부분의 ‘터치’(접촉)를 동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로부터 퇴마 의식에 따른 신체 접촉 동의서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지난 6일 A씨의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등도 내렸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서귀포시 소재 자신의 신당에서 점을 보러 온 여성들을 상대로 퇴마 행위를 빙자해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만 26명에 이르고 일부는 유사강간까지 당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나는 1% 대한민국 엑소시스트다', '암을 고치는 것도 할 수 있다'며 자신을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귀신이 붙어있다', '퇴마나 질 치료 하지 않으면 일찍 죽을 것이다', '액운을 떼어내려면 굿을 해야한다'고 말하며 일부 피해자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A씨에게 현혹된 피해자들 중에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굿을 받기 위해 대출을 받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민감한 부위를 만지는 퇴치법이 없다는 무속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동의서도 피해자들이 퇴마나 질 치료 등 정상적인 행위에 동의하는 것이지 예민한 부위를 A씨가 만지는 것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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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