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입법으로 전자상거래법 개정 추진
현행법과 비슷하게 제재 수준 정해질 듯
온라인몰에서 소비자 모르게 서비스가 자동 결제되거나, 회원 탈퇴를 복잡하게 설계하는 일명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에 당정이 나선다. 의원 입법안으로 법안을 일원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을 지원하는 등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려한다. 다크패턴 법 위반 행위의 제재 수준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기만행위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크패턴 행위 규제를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 공정위는 정부안을 별도로 만들기보다는 의원 입법안으로 수렴하고 법안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원안이 정부안보다는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이미 국회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모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향후 마련될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는 다크패턴 행위 금지 위반시 제재 수위도 함께 담긴다. 제재 수준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기만행위와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물리며, 행위에 따라 영업정지나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까지 가능하다.
이미 국회에선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공정위가 지난 2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했을 때 규제 필요성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있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그동안 다크패턴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규제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다크패턴을 19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중 현행법이 적용되지 않는 6가지 유형에 대해 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밝힌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개정을 통해 규제가 필요한 다크패턴 유형은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잘못된 계층구조 ▲특정옵션 사전선택 ▲취소·탈퇴 방해 ▲반복간섭 등 6개 유형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다크패턴 규제에 대한 법안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 다크패턴 규제를 담은 관련 법안은 6개가 발의된 상태다.
지난 20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그중 하나다. 개정안에는 결제대금이 커지거나, 유료 전환될 경우 온라인몰이 소비자에게 이를 통지해야 하며, 구매 시 필요한 총비용을 표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온라인몰 인터페이스상 제품의 총금액이 아닌 일부 금액만 표시하거나, 구매 과정에서 다른 상품을 구매할 것을 묻고 다른 상품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더욱이 선택 항목의 크기·모양·색깔 등에 차이를 두어 특정 항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행위, 취소·탈퇴·해지를 어렵게 하는 행위, 선택한 것을 변경하도록 팝업창으로 반복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막는 내용도 담겼다.
이외에도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해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 다크패턴과 관련한 의원 입법안이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법 논의가 시작하는 단계지만,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는 다크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이 활발하다.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며 다양한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각국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호주 등 경쟁 당국은 숨은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등 다크패턴의 주요 유형을 법으로 못 박았으며, 독일은 민법·가격표시법 등을 통해 순차공개 가격책정, 특정옵션 사전선택 등과 같은 다크패턴 유형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잘못된 계층구조, 반복간섭, 취소·탈퇴 방해 등의 행위유형을 규제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송석준 의원안이 발의됐고 앞서 다른 의원안들도 여럿 나온 바 있는데, 어떤 것은 포괄적이고 어떤 것들은 행위 유형 중 일부만 규율하는 걸로 되어 있어서 논의를 해나가며 적절하게 수렴할 것"이라며 "논의가 진행될 때 정부 의견을 제시하고 지원하다 보면 특별히 정부의 별도 입법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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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