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민중전위)' 활동가 측이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재차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증거 재생 조사에만 5일이 소요된다며,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사건의 특수성 면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단체 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A(60세·신발 제조 회사 대표)씨 등 4명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한 뒤 본격 재판에 돌입하려 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 진행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는 변호인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배심원 재판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다만 재판부 판단이 배심원 평결에 구속되지는 않는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쟁점과 관련이 없거나 신빙성 부여가 어려운 증거들"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중복된 증거들을 추후에 하나하나 다 특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공소사실이 방대하고 설명이 어려우며 증거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핵심은 피고인들이 해외에서 (북측의) 지령을 받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증거를 제외하면 (증거의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한 의견도 언급됐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판사가 예단을 갖지 않도록 공소사실과 관련된 내용만을 제출해야 한다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다른 변호인은 "공소장에 피고인의 인적 사항과 사회활동을 구구절절 나열하며 평소 사상, 활동, 인성에 대한 언급이 있다"며 "피고인들의 활동과 북한을 연계해 예단을 심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증거만 제출됐으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민참여재판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반대했다.
검찰은 "마치 변호인이 저희가 무분별하게 증거를 제출했다고 하지만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것만 판단해 (증거) 목록을 신청한 것"이라며 "증거 인부에 관한 동의, 부동의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경우 영상 및 녹음파일 등 원본 증거 재생 조사에만 총 40시간이 소요될텐데 하루 8시간씩 재판을 한다고 해도 5일이 걸린다"고 난색을 표했다.
나아가 "(국보법 위반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어렵다"며 최근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린 광주지법 사례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범죄사실의 특정을 위해 필요한 내용만을 공소사실에 기재했다"며 "사실을 바탕에 기재한 것이므로 법관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한 뒤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A씨, B(44세·무직)씨, C(58세·무직)씨, D(55세·무직)씨 등 4명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 단체 자통민중전위 활동가로, 2016년부터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각종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자통민중전위는 ▲미제국주의 침략세력과 친미예속적 지배세력 타도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전 영역에서 미제국주의 잔재 청산 ▲연방통일국가 수립을 통한 조국통일과업 완수 등을 주요 강령으로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 기소가 '관할 위반'이라며 관할이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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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