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불복소송 '7개월 내 종결' 입법…'시간끌기' 막을까

국회 교육위, 여야 합의로 '학폭법 개정안' 의결
법조계 일부 "재판 빨리 끝내는 게 능사는 아냐"
"법원이 유연하게 판단…'재판 지연' 방지에 의의"

국회가 학교폭력 징계 조치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을 최장 7개월 안에 판결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입시 등 불이익을 피하려는 가해자의 '시간 끌기'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소송을 다급하게 처리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3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을 신설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교육위에 계류된 총 35건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묶은 것으로 '정순신 방지법'이라 불린다.

강행 규정은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결정한 조치에 대해 불복하는 가해 학생이나 보호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 1심은 소 제기 90일 이내, 2심과 3심은 이전 재판의 판결이 난 이후 각각 60일 이내 판결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이 개정되면 재판부는 불복 소송 1심이 제기된 이후 도합 210일(7개월) 안에 확정 판결을 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전·퇴학 등을 미루기 위해 불복 소송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아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정 계기가 된 정순신 변호사 자녀 사례를 보더라도, 2018년 첫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집행정지와 행정소송을 최종심까지 제기했고 2019년 3월에야 서울 반포고로 전학을 갔다. 피해자는 그간 정상적 수업에 참여한 게 단 이틀에 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학폭위 조치에 불복해 행정심판·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한 건수는 총 1405건이었다.


앞서 4월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여야 합의로 마련된 조문이다.

지난 8일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해당 조문이 담긴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강 의원 대표발의)에 "사법부를 기속하는 측면은 있지만 학교폭력 사건의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취지에 공감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 합의사항인 만큼 무난하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다만, 학교폭력 관련 소송건수가 늘고 있는 만큼 사법부가 강행규정을 수용할 수 있을지, 경중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마저 시간에 쫓겨 처리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학교폭력 전문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아닌) 타 행정소송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고, 전담 재판부가 없는 법원이 강행규정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복잡한 사안도 있는데 (강행규정에 의해) 쟁점을 제대로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회 법사위 단계에서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일부 있다.

반면 다른 법에서도 조항을 유연하게 해석하는 사례가 있다며, 학교폭력 사건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재판기간 강행규정이 있는 공직선거법 등 유사 사례를 보더라도 법원은 강제 조항이 아닌 '훈시 규정'으로 해석한다"며 "사법부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고, 규정이 있더라도 적정한 선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다른 재판에 우선해 진행하며 1심에서는 공소 제기 6개월 이내, 2심 및 3심은 앞선 판결의 선고 이후 각각 3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 있다.

장 차관은 지난 8일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공직선거법 강행 규정 관련 "법원은 강제조항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고, 재량사항으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꼭 법에 정한 기한 내 판결을 내지 않더라도 재판 중인 사안의 경중을 따져서 가급적 신속히 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훈시'로 해석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위원은 "법안이 통과된 후에도 사안의 특성상 재판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날 수는 있지만 (재판부가 판결을) 빨리 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전담 재판부를 두는 등 법 취지를 고려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번 학폭예방법 개정안에는 집행정지가 인용돼 가해자에 대한 조처가 미뤄질 경우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분리를 학교장에게 요청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법적 근거도 담겼다.

또 행정심판·행정소송·집행정지가 제기될 경우 법원, 교육청 등이 피해자에게 이를 통지해 재판에 참가해 의견을 진술하고, 집행정지를 결정하려는 경우 반드시 피해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히는 가해자의 전학 조치 기록의 보존 기간을 종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모든 대학은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르게 될 오는 2026학년도 입시부터 수험생이 받은 학교폭력 징계 기록을 반드시 반영해 전형을 실시해야 한다. 학생부가 반영되고 있는 수시는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평가하는 정시에서도 이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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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