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이례적 국민참여재판 열리나?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대표, 국민참여재판 1차공판준비기일
재판부 "방대한 증거, 배심원에 짧은 시간안에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

 수년간 해외에서 북측 인사들과 만나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북민중행동 하연호(70) 공동상임대표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릴까.



13일 전주지법 13재판부(부장판사 이용희) 심리로 하 대표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하 대표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한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의견공유가 있었다.

하 대표의 변호인 박민수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약 1만 6000페이지에 달하지만 사람과 관련된 증거는 1000여개, 피고인과 연결시킬 수 있는 증거는 2100개 중 700~800여개 정도 되고 나머지 200여개의 증거는 공소사실과 전혀 무관하다"면서 "증거목록이 2182개에 달하지만 본건과 관련된 증거는 150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윤영 검사는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사정을 고려해 국민참여재판을 불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도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많은 증거들을 짧은 시간안에 배심원에게 이해시키고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부장판사는 "다투는 부분들에 대해 배심원들이 유무죄 판단을 하기 위해서 많은 내용을 숙지해야하는 상황인데 (많은 증거에 대해) 시간안에 해야할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면서 "변호인들이 6개월동안 본 증거 수 등을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변호인들과 검사 측이 다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해는 된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다르다. 배심원에게 하나하나 다 설명해야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입장에 대해 하 대표의 변호인 측은 다시 한번 국민참여재판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하 대표의 공동 변호인인 홍의진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려 한다는 이례적 시각도 있지만 공소사실 중 지나치고 정리되지 않은 증거들이 있다"면서 "재판시 다퉈볼 증인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아들여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1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다음 2차공판준비기일은 8월 31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린다.

하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장사·장가계에서 회합하고, 회합 일정 조율과 국내 주요 정세 등 보고를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 기타 통신으로 북측과 연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가보안법 8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 방법으로 연락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 하 대표 자택·차량·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제주·경남 등에서 진보·통일 인사 7명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지난해 12월 28일 하 대표를 전주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도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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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