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 단체 "대법원도 가해자…강제노역 판결 서둘러야"

강제노역 피해자 고(故) 김재림 할머니 사건 등
"사법부 역할 포기…일본 피고 기업에 힘" 지적

광주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최근 숨진 미쓰비시 강제노역 피해자 고(故) 김재림 할머니를 추모하고 사법부를 향해 신속한 강제노역 관련 판결을 촉구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3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제노역 관련) 판결을 지체하는 대법원은 사법부의 역할을 포기하면서 일본 피고 기업의 힘을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김 할머니는 다른 원고 4명과 함께 지난 2014년 2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2018년 12월 5일 승소했으나 이후 4년 7개월째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돼 있다"며 "강제노역 소송과 관련해 현재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김 할머니의 사례를 포함해 모두 9건이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강제노역 소송에서 기존 하급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며 "김 할머니 사건 역시 원고와 피고만 다를 뿐 일본 정부와 피고 전범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점에서 사건 구조와 맥락이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와있는 마당에 대법원이 판결을 지체할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며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들을 최소 4년 5개월부터 4년 7개월째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할머니의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는 사이 원고 4명 중 3명이 숨졌다"며 "김 할머니가 기댈 곳은 사법부 뿐이었지만 대법원이 끝내 김 할머니의 바람을 저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도 명백한 가해자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판결하라"고 촉구했다.

김 할머니는 1930년 전남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에서 1남 4녀 중 넷째로 태어나 1944년 3월 화순 능주초등학교 졸업 직후 현재 광주 불로동 삼촌댁에서 가사 일을 돕던 중 그해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간 김 할머니는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 군용 비행기의 부속품 제작에 강제 동원됐다.

1944년 12월 7일 발생한 일본 도난카이지진 때는 사촌언니(이정숙)와 손을 잡고 도망을 했지만 건물이 무너지는 사이 언니와 헤어졌다.

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 김 할머니는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 왔지만 일본에 다녀왔다는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견뎌야 했다.

이후 김 할머니는 2014년 2월 27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된 두번째 소송에 참여했으며 2018년 12월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으나 전날 노환으로 숨졌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 연금기구는 2015년 김 할머니 등 원고 4명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지급했으나 강제노역 당시 액면가 '199엔'을 지급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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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