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공법' 안전한가…천장 하중 견딜 '보강 철근' 필수

LH 발주 철근 누락 아파트 15곳…민간아파트 293곳 전수조사
기둥과 천장 접합면에 충분한 보강 없으면 붕괴 위험성 커져
LH "공법 문제 없지만 안착 안 된 문제…가급적 지양할 것"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에서도 잇따라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되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아파트 가운데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기둥에서 '전단보강근철근(보강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단지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장관 주재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고, 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건축 공법은 크게 ▲벽식 구조 ▲기둥식(라멘) 구조 ▲무량판 구조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아파트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건축 방식은 벽식 구조다. 기둥이나 보 대신 벽이 슬라브(천장)을 받치는 구조로, 건축비가 저렴하고 공사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기둥이 없어 실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층간 소음에 취약하고, 내력벽을 사실상 허물기 쉽지 않아 리모델링이 쉽지 않다.

기둥식 구조는 기둥에 보를 연결하고 그 위에 슬라브를 얹는 방식이다. 위층 바닥을 기둥과 기둥 아래의 보가 지탱하다 보니 위층의 바닥 충격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한다. 벽식 구조에 비해 층간 소음 차단 효과가 뛰어나고, 리모델링도 가능하다. 상당수 주상복합 아파트가 이 구조를 활용하고 있지만, 공사기간이 길고, 시공비가 비싸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라브를 지지하는 구조다. 층간 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커지자, 벽식 구조보다 층간 소음에 강하고, 기둥식 구조보다 시공비가 저렴한 무량판 구조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이한준 LH 사장은 "무량판은 벽식 구조에 비해 인건비가 적게 들고, 층고가 낮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2017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둥과 슬라브 접합면에 보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붕괴될 위험이 있어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만약 충분한 보강을 하지 않았다면 천장이 위층부터 아래층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펀칭 전단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1995년 붕괴 참사가 일어난 삼풍백화점과 최근 무너진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이 대표적인 무량판 구조로, 충분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게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무량판 구조는 하중을 버티는 보가 없어 충격에 취약해 설계와 시공이 다른 공법에 비해 까다롭다는 게 건설업계 전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 공법은 하중을 버티는 보가 없이 설계되기 때문에 설계 기준이 엄청 까다롭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무량판 구조 공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설계를 했고, 설계한 대로 실제 시공이 됐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공법이 문제가 아니라 시공 감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이 슬래브의 하중을 바로 기둥이 받는 구조로, 구조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정밀하게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부실한 설계나 시공을 해도 넘어가지 않으려면 무량판 구조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 기술자가 건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LH는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 발주를 가급적 지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2일 "설계공법상 무량판 구조 자체의 문제는 전혀 없다. 새로 도입되는 과정에서 안착이 안 된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앞으로는 가급적 지양하겠다. 반드시 필요한 곳에는 쓰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최대한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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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