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생채기 낸 태풍 카눈…양식 어가엔 '효자'되나

태풍 지나면서 고수온특보 서·남해 수온↓
수차례 적조 예보 속 양식 어가 안도의 한숨
수산과학원 "태풍 이후 부영양화 지켜봐야"

광주·전남에 200여㎜ 비를 뿌리고 초속 30여m 강풍을 몰고 온 제6호 태풍 '카눈'이 서·남해안의 고수온 현상과 적조를 일부 해결하면서 양식 어가가 한숨을 돌렸다.



당국은 고수온 현상이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닌데다 육지에서 유입된 영양염류에 따른 부영양화로 인한 적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11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남 서·남해안의 수온은 대체로 24~26도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신안 앞바다가 24도, 목포와 완도 25도, 여수 26도 등이다.

태풍이 북상하기 전 기록됐던 지난 8일 기준 전남 대부분 해역이 26~27도를 기록했던 것보다 최대 3도 가량 떨어진 것이다.

앞서 전남 서·남해안 일부 해역에는 지난달 7일 고수온 예비주의보가 내려졌었다.

양식 어가가 밀집한 전남 함평만(함평), 도암만(완도), 득량만(장흥·고흥), 여자만(여수), 가막만(여수)에 내려진 고수온 예비주의보는 같은달 28일 고수온주의보로 변경됐다.

주의보는 이달 1일 여자만과 득량만을 시작으로 경보로 격상, 사흘 뒤인 4일 함평만까지 확대됐다.

고수온예비특보 당시 5개 만에서 24.9~26.5도 사이를 기록하던 수온은 태풍 북상 직전인 지난 8일 27.4~30.5도까지 치솟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른 수온은 적조현상까지 불러들였다. 전남 지역에는 지난달 4일 여수 가막만을 시작으로 지난 9일까지 7차례 무해성 적조가 관측됐다.

무해성 적조는 당장 수산물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으나 적조를 일으킨 플랑크톤이 서서히 바닷속 용존산소량을 줄여 수산물을 질식사시키는 등 장기적인 피해를 불러들인다.

수산물을 가둬놓고 키우는 양식 어가가 적조에 취약한 이유다.

양식 어가는 이번 태풍으로 적조와 관련된 걱정이 당분간 해소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전남 서·남해안 수온을 떨어뜨리고 적조를 흩뿌린 덕이다.

완도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전경수(47)씨는 "태풍이 전남 지역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바닷물만 뒤섞은 채 북상해 당분간 적조 걱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 해역에서도 강풍에 어장이 부서지는 등의 피해도 없었으니 전남에서는 다행스러울 정도"고 했다.

수산과학원은 태풍 북상 이후 수온과 부영양화 현상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수온이 떨어지지만 육지에 내린 많은 비로 영양염류가 바다로 흘러들어올 경우 부영양화로 인해 적조가 또다시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가을 태풍의 경우 영양염류가 바다로 유입되더라도 계절로 인해 수온이 계속 떨어지는 환경이라 적조가 덜할 수 있지만 여름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며 "아직 전남 3개 만에 내려진 고수온경보가 유효해 적조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 변하는 수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동안 광주·전남에 224㎜ 비를 뿌렸다. 초속 29m 강풍도 몰고 오면서 지역에 70건(광주 12건·전남 58건)의 시설물 등 피해 사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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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완도 / 김일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