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세모그룹 등의 자금 25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51)씨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열린 22일 첫 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유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유씨 측 변호인은 "유씨는 계열사와의 경영 컨설팅이나 상표권 사용 계약 등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지시한 바가 없다"면서 "유씨와 계열사 간 합의에 따라 대등한 관계에서 계약한 것이므로 유씨는 횡령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건기록을 열람·복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다시 기록을 회수해 절반 정도만 복사되고 중단된 상태"라면서 "기록을 복사하고 검토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판 준비 때문에 사건기록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검찰에서는 열람·복사에 적극 협조해달라"면서 "사건기록 양이 엄청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열람·복사가 빨리 돼야 공판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소사실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며 "경영자문, 상표권, 사진 구매 등 3가지 행위와 관련해 횡령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또 "피고인 측은 10월 말까지 1차적으로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해달라"면서 "검찰 측도 이를 검토해 다음 기일 전에 의견서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유혁기씨는 수의가 아닌 검정색 양복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직업과 거주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유씨는 "사업가이고, 미국 뉴욕에 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유씨의 다음 공판은 11월14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유혁기씨는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세모그룹 등의 자금 254억9300만원을 개인 계좌를 비롯한 해외 법인으로 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유씨가 계열사들과 허위의 컨설팅 계약, 고문 계약을 체결하고 실질적인 컨설팅 업무나 고문 활동 없이 금원을 수수하거나, 계열사 상호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한 후 허위의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금원을 수수하는 등 다양한 명목으로 계열사들의 자금을 개인 계좌로 상납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회사 간 금전거래가 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초 유씨의 범죄수익을 559억원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간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이번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수익은 250억 상당에 그쳤다.
다만 검찰이 유씨의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기소를 위해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동의요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유씨의 횡령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월4일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유씨는 미국 뉴욕을 출발하는 기내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유씨는 2020년 7월께 뉴욕에서 체포돼 범죄인인도 재판에 회부됐고, 미국 법원의 범죄인인도 결정에 불복해 낸 인신보호청원에 대한 상고가 지난 1월 연방대법원에서 기각돼 미국 법무부의 인도 승인 절차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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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