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 상태 있던 피해자들 잔혹 살해…심신미약 상태 참작"
외계인으로 보인다는 망상에 빠져 계부를 살해하고 이를 말리려던 친모까지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 정현식 배윤경)는 최근 존속살해, 살인 등 혐의를 받은 A씨의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앞서 1심에서 징역 15년에 치료감호,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정신분열증에 의한 망상 등에 지배돼 사물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현실검증력 등이 일부 손상되고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신과 전문의 정신감정 등에 의하면 인지능력과 지적능력에 있어 큰 부족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범행 당시 행위 내용과 결과를 알고 있던 점 등을 보면 심신미약 상태를 넘어 완전히 결여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무방비 상태에서 별다른 저항도 못 했던 피해자들을 수백 회 반복해 찌르는 등 수법이 잔혹하고 피해자들이 사망 직전까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점, 피고인이 심신 미약상태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며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1일 오후 5시20분에서 7시40분 사이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계부 B씨가 외계인으로 보이면서 '죽여야 된다'는 망상에 빠져 흉기로 복부와 가슴 등을 수십 회 찔러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이를 목격한 친모 C씨가 자신을 제지하자 '엄마도 죽여야 한다'는 망상에 빠져 흉기로 C씨의 얼굴과 목 등을 수십차례 찌르고 입으로 얼굴 부위를 물어뜯어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어린 시절부터 B씨가 친모 C씨에게 자주 폭행을 가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5년 이혼 후 만난 새로운 남자친구에게 1억여원을 대출받아 빌려주고 이를 받지도 못한채 헤어지게 되자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받다가 중단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며, 존속살해죄는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심신이 미약한 상태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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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