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사망' 방음터널 화재 관제실 책임자 금고형…화물차 운전자 '집유'

관제실 직원들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 책임 인정돼
운전자는 불법 구조변경만 유죄…"119 신고 등 확인돼"

지난해 12월 5명이 사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관련 재판에 넘겨진 관제실 책임자가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운전자와 나머지 관제실 직원들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유혜주 판사는 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제이경인) 관제실 책임자 A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금고 2년을 선고했다.

또 나머지 관제실 직원 B씨 등 2명은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화물차 운전자 C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C씨가 운행한 화물차를 보유한 업체 대표 D씨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D씨의 업체에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이 사건 참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유 판사는 "경보단계 판단과 차단막시설 개폐 작동 등은 임무카드 등에 기재돼 있고, 피해자들이 탑승한 차량이 터널에 진입한 시간, 대피 시간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화재를 초기 파악하고 매뉴얼에 따라 초기조치를 했다면 피해자들이 터널에 진입하지 않았거나 회차 등 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진입 후에는 아무런 방송이 없어 화재가 번지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다 뒤늦게 폭발음을 듣고 피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보면 비상방송과 벨을 울렸더라면 적시 대피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운전자 C씨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죄가 없다고 보고 과적을 위해 화물차를 불법 구조변경하고 운행(자동차관리법위반)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유 판사는 "C피고인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자 비상등을 켜고 정차한 뒤 보조석의 소화기를 꺼내 화재 진압을 시도하다가 119 신고했다"며 "방음터널 내 소화기나 소화전을 이용해 진압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 업무상과실이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 등 관제실 직원들의 경우 고속도로 내 각종 사고 발생을 감시하고 사고 대처를 통해 시설 유지, 터널 이용자들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장하는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이 사건 대형참사를 발생하게 했다"며 "사안이 중하고 과실 정도도 가볍지 않다.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과 상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유가족 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C피고인과 D피고인 등은 노후화된 화물차에 장치를 탈부착하며 과중운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선고 이후 유가족들은 법정에서 일어나 "집행유예가 말이 되냐"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 사건 화재로 사망한 피해자 유족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다 집행유예가 말이 안 된다. 법의 심판 하나만 믿고 버텨왔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화물차 운전자는 이 사건 원인자인데 소화기로 화재진압을 시도하고 119 신고했다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인정되지 않고 집행유예가 선고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A씨 등 관제실 직원 3명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46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비상 대피방송 등 관련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5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다치는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트럭 운전자 C씨에게는 과적을 위해 불법 구조 변경된 화물차를 운행하고, 운행 중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비상벨 등 대피 관련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해당 차량이 노후 차량이고 2년 전에도 유사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음에도 C씨가 불법 개조된 차량으로 과적 운행을 계속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피해 발생을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봤다.

또 수사 결과 C씨는 화재가 커지자 터널 내 300m 구간을 걸어서 대피하면서 비상벨이 있는 소화전 등 6개소를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나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트럭을 보유한 업체 대표 D씨는 과적을 위해 화물차를 불법으로 개조해 운행하게 한(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를 받는다. 안전 검사 시에는 이를 분리해 정상 차량인 것처럼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금고 3년을, 다른 관제실 근무자 B씨 등 2명에게는 금고 2년을 각각 구형했다.

또 트럭 운전자 C씨에게는 징역 3년, D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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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