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마항쟁 보상금 받은 피해자도 '정신적 손배소' 가능"

1심 "가혹행위로 정신적 고통…국가 배상 책임"
국가, 2심서 '보상금 지급으로 화해 성립' 주장
2심·대법서 항소·상고 기각…"정신적 손해배상 별개"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국가 대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부마항쟁 피해자 A씨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손을 들어 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국가의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A씨는 1979년 10월19일 유언비어를 유포해 계엄포고를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23일 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이라고 판단하자 A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재심 판결을 근거로 형사보상을 청구해 4600여 만원을 수령했으며, 수사기관의 고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이 명백한만큼, 국가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가 주장한 '소멸시효 만료'에도 근거가 없다고 봤다. A씨가 재심 절차를 거치기 전 유죄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별도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가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A씨가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했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에 따른 화해가 성립됐다며, 손해배상청구를 할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부마항쟁보상법 제32조 제2항은 '신청인이 제28조에 따라 이 법에 따른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2심은 이 같은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 부분은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부마항쟁보상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부마항쟁보상법 제32조 제2항에서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되는 대상에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가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국가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의 범위를 1억6000만원으로 조정하고, 형사보상금 4600여 만원을 공제, 총 1억1300여 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은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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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