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사, 경영난에 2212명 감축 추진
노조 "인력감축과 외주화 중단 촉구"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이 실제로 이뤄지면 지난해 이어 2년 연속으로, 출퇴근 시간 혼잡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 연합교섭단은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의 인력 감축안에 반발하며 총파업 투쟁 방침을 발표했다.
연합교섭단이 밝힌 총파업 시행일은 다음달 9일이다.
양대노총 공대위 공동대표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은 "지난해 이어 또다시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 때문"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2212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서울시는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은 2021년, 2022년 노사합의를 통해 강제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두 번이나 합의해 놓고, 그 합의조차 무시하고 있다"며 "용산 눈치 보기 전에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시민 안전부터 챙기는 것이 서울시장의 역할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중단하고, 올해 최소한의 안전인력인 771명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서울교통공사의 파업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반공익적인 행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기에 파업을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명순필 위원장도 "지하철 운임이 150원 인상됐지만 이는 시민의 부담만 가중했을 뿐 공사재정적자 해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서 "15분 이내 재승차와 기후동행카드는 어려운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약자들의 생존을 위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정부와 서울시의 교통복지 정책 비용은 시민과 서울교통공사에 떠넘기는 것이 아닌 정부와 서울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교섭단은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최종 조정 회의에 나섰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12∼1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73.4%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노사는 인력 감축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기준 교통공사 누적적자가 17조6808억 원에 달한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상에서 총정원(1만6367명) 대비 13.5%(2212명) 수준의 인력 감축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2021년과 2022년 강제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노사 합의를 3년째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노사는 파업 돌입 전까지 협상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끝내 협상이 결렬돼 파업이 이뤄지면 지난해 이어 2년 연속이다. 지난해 11월30일 노조는 2016년 이후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파업 첫날 밤 늦게 협상이 타결되면서 하루 만에 파업을 중단했다.
노조는 과거에도 같은 이유로 파업을 몇차례 예고한 바 있다. 2019년, 2021년에도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하며 파업을 선언했으나, 예고일 직전에 극적 합의해 교통 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
공사는 지난달 25일 연합교섭단과 필수 유지 업무 협정을 맺으며 파업 대비에 들어갔다. 협정은 자연 재난이나 미세먼지 등 사회재난 발생 시 파업 중이라도 필요한 범위 내 근무에 복귀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