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지능형(AI) CCTV 인파감지 시스템 점검
면적당 인원수 자동 측정…감지되면 상황 전파
건대 맛의거리 입구 골목길서 '실전 대응' 훈련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입구 쪽에서 우측 옆으로 난 30㎡ 남짓 규모의 좁은 골목길에 시민들이 가득 들어섰다. 서울시와 유관기관이 '인파 밀집' 상황을 가정해 실전처럼 대응 훈련에 나선 것이다.
시민 150명이 하나둘씩 들어서자 골목길 안은 순식간에 꽉 찼다. 광진구와 서울시의 재난안전상황실에는 위험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알림이 울렸다. 골목길을 비추고 있는 지능형(AI) CCTV가 인파밀집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해 서울시와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한 것이다.
시는 광진구에 현장 대응을 요청했다. 구는 경찰과 소방에 상황을 전파하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CCTV에 부착된 스피커에서는 "인파 밀집 상황이 감지됐다", "현 지역에서 벗어나 우회해달라"는 해산 안내 방송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잠시 뒤 구청, 경찰, 소방 인력이 투입돼 골목길 진입을 즉각 차단했고, 시민들은 골목길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이러한 인파 밀집 상황에 대비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올해 핼러윈에는 홍대, 강남역, 건대입구 등으로 인파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주요 인파밀집지역을 찾아 사전 안전 관리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광진구 건대맛의거리를 찾아 핼러윈 대비 인파밀집지역의 현장 안전 관리계획을 보고 받고, 지능형 CCTV를 활용해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리는 '인파감지 시스템'을 직접 점검했다. 건대맛의거리에는 평소 주말 하루 약 2만8000명이 모이지만, 이번 핼러윈에는 약 4만 명이 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파감지 시스템은 지능형 CCTV를 통해 단위 면적당 인원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인파 밀집이 감지되면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과 서울시, 소방, 경찰에게 상황을 전파.공유한다. 1㎡당 2~3명이 모이면 '주의', 4~5명일 때는 '경계', 5~6명이 밀집할 때에는 '심각' 등으로 구분해 상황을 전파한다.
서울시와 유관기관은 이날 오 시장이 참관한 가운데 인파감지 시스템을 통한 실전 대응훈련을 실시했다. 인파 밀집 위험단계를 '주의-경계-심각' 3단계로 구분하고, 밀집도를 높였다가 시와 유관기관이 인파를 해산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훈련은 좁은 골목길에 60명의 시민이 밀집한 상황을 보고 지나가던 행인 2명이 119에 신고하는 상황을 가정해 시작됐다. 골목 1㎡당 3명(약 90명)이 밀집하면 '주의' 단계, 1㎡당 4명(약 120명)이 밀집하면 '경계' 단계, 1㎡당 5명(약 150명)이 밀집하면 '심각' 단계에 이르는 상황으로 연출됐다.
골목에 약 90명이 밀집해 위험 단계가 '주의'에 이르자 광진구 재난안전상황실은 광진구 CCTV 통합관제센터에 연락해 인파 해산 방송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인파감지 CCTV에 부착된 스피커에서는 "좁은 골목으로 진입하지 마시고, 차량 통행에 주의해 현 지역을 벗어나 우회해 이동해달라"는 인파 해산 방송이 수차례 지속됐고, 참여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해산했다.
'경계' 단계가 되자 해산 방송과 함께 인근을 순찰하던 광진구 현장 대응조가 직접 나서 인파를 분산시켰다. 150명이 밀집한 '심각' 단계에서는 광진구 인력뿐 아니라 광진경찰서, 소방서 인력까지 함께 투입돼 인파를 해산했다. 실제 심각 단계에서는 자치구뿐 아니라 서울시와 경찰, 소방에도 자동으로 경보 알림이 가게 된다.
현장에서는 119를 통해 접수된 신고 내용이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에 동시에 공유되고,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해 유관기관에 전파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번 훈련에는 서울시, 광진구 외에도 광진경찰서, 광진소방서, 한국인터넷진흥원, 자율방재단, 대학생 등이 참여했다.
오 시장은 훈련에 앞서 인파감지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에 마련된 대형 화면을 통해 시스템 가동을 확인했다. CCTV 폴대에 설치된 비상벨의 작동 여부도 살폈다. 비상벨을 누르면 광진구 CCTV 관제실로 바로 연결된다. 이태원 참사 이후 건대맛의거리 일대 9개 지점에는 서울시의 예산으로 CCTV 25대가 설치됐다.
훈련 이후 오 시장은 "좁은 골목길에서 인파가 밀집됐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상황을 타개할지에 대한 훈련을 했다"며 "두 번의 훈련을 거쳐 그동안 확연하게 달라진 우리의 대비 태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만전을 다해 준비를 하더라도 막상 상황이 현실이 되면 훈련한 것처럼 원활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오늘과 같은 훈련이 반복적으로 이뤄져 매뉴얼이 정확한지 점검이 되고, 대비책이 체계화돼야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보다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인파밀집 예상지역에 대해 행안부, 자치구,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합동 안전관리 추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당초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 14개 지역에 행안부와의 대책 회의 이후 2개 자치구를 추가해 총 16개 지역에 대해 안전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핼러윈 기간 중 다중운집이 예상되는 지역은 익선동, 명동, 이태원, 성수동 카페거리, 건대 맛의거리, 신촌 연세로, 홍대, 발산역, 문래동 맛집거리, 샤로수길, 신림역, 강남역(강남·서초), 논현역, 압구정 로데오거리, 왕십리역 등이다.
시는 밀집 예상 지역마다 일방통행을 유도하고, 차단 골목 출입구에 야광조끼를 입은 채 경광봉을 든 현장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한다. 과도한 인파 밀집 시 탄력적으로 지하철 무정차 운행을 시행한다. 유관기관과 현장 합동상황실을 운영하고 유사 시를 대비한 구급차 배치 등 응급 의료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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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