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추징…부총책도 징역 27년 선고
보이스피싱 사건 중 역대 최장기형 해당
금융기관 사칭 저금리 대출 미끼로 범행
대포계좌로 편취금 받은 후 환전상 거쳐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며 500여명으로부터 100억원 이상을 뜯어낸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보이스피싱 사건 중 역대 최장기형에 해당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지난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총책 A(37)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20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아울러 부총책인 B(31)씨에게도 징역 27년과 추징금 3억원을 내렸다.
이들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속여 피해자 560명에게서 총 108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필리핀 내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총책이 검거되자 2017년 필리핀 마닐라를 거점으로 소위 '민준파'를 새롭게 조직했다.
이후 66명의 조직원을 구성한 뒤 전화 상담책과 인출책, 환전책 등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화 상담책만 10여개 팀으로 구성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소액 대출을 원하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문자를 보낸 뒤 전화를 걸어온 피해자들에게 "기존 대출 이자보다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
이들은 기존 대출금 변제 명목 등으로 편취금을 입금받았으며, 피해자들은 개인당 평균 1000~2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특히 대포계좌를 통해 사기 피해금을 입금받은 후 중국 환전상을 거쳐 필리핀 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금을 챙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민준파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기남부경찰청 수사팀은 조직원들을 특정해 범죄단체조직죄와 사기 혐의 등으로 국내에 있던 이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후 필리핀에 있던 A씨 등 핵심 인물들은 국제공조를 통해 지난해 10월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보완 수사 등을 통해 단순사기죄 혐의로 송치된 이들에 대해 특경법상 사기죄로 혐의를 변경해 적용했다.
합수단은 범행 횟수 및 방법 등에 비춰 포괄일죄인 상습사기에 해당하고 피해금 총액이 5억 원 이상인 점 등을 혐의 변경 사유로 들었다.
또 계좌분석 등을 통해 범죄수익을 대포계좌로 받아 은닉한 사실도 밝혀 이들에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도 적용했다.
이후 합수단은 지난해 11월15일 A씨와 B씨를 구속 기소 후, 1심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40년과 추징 20억원을 구형했다. 또 부총책인 B씨에게도 징역 30년과 추징 3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외에도 검거된 민준파 조직원 40명 중 23명은 유죄판결이 확정됐으며 17명은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외에 있는 나머지 조직원의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후 추적 중이다.
합수단은 "앞으로도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보이스피싱 사범들을 철저히 수사함으로써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내고,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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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