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요 공사, 하도급 금지된다…"민간도 감독 대폭 강화"

서울시, '부실공사 제로' 위한 건설혁신 과제 발표
부실공사 업체, 2년 간 서울시 대형공사 입찰 금지
오세훈 "서울부터 부실공사 고리 끊어낸다는 각오"

앞으로 서울에서 공공건설 공사 시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건축 품질 및 안전과 직결되는 시공은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 해야 한다. 전체 건설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분야는 불법 하도급 단속부터 감리의 독립성 보장까지 공사 전 단계를 밀착 관리하고 지원한다.



서울시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내놓고 '부실공사 없는 안전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실공사가 발생할 때마다 마련했던 단편적 대책에서 벗어나 산업체질을 바꾸고, 관행처럼 박힌 부실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시는 대책 수립에 앞서 '설계-시공-감리-발주'에 걸친 사례별 부실원인을 파악해 전 분야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건전한 건설문화 정착을 위한 체질 개선을 병행한다.

시는 그동안 일어났던 각종 부실시공 문제점을 토대로 3개 부문, 8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크게 공공과 민간 부문별 개선방안을 마련해 자체 추진 가능한 대책부터 시행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정부 건의 및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공공 분야 대책으로 시는 부실공사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시민을 불안하게 한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고 예고했다.

우선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하고,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관련 내용을 추가, 내년 상반기 개정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실공사 업체는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입찰 참가가 2년 간 제한된다. 부실 내용에 따라서 '서울시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시보 등을 통해 명단도 공개할 계획이다.

주요공종 하도급은 전면 금지된다. 건설 현장에 만연한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앞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산하 투자·출연기관 발주공사는 입찰공고문에 직접 시공해야 하는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이 명시된다.

시는 입찰참가 시 '직접 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 기준(지방계약 예규)에 따른 평가 항목에 '직접 시공 비율'을 추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기술 보완 등으로 불가피하게 하도급이 시행될 시에는 '하도급 계약 적정성심사' 대상 금액기준을 현재 원도급액 대비 82%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강화, 수수료를 10% 이상 남기는 하도급 계약은 엄격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유창수 행정2부시장은 하도급 금지에 따른 공사비 상승 우려에 대해 "주요 공종은 철근, 콘크리트 공사 등인데 이 부분은 안전과 직결되기에 공사비가 상승이 되더라도 시행을 해야한다"면서 "입찰 안내서가 나와 이미 공사를 진행하는 곳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비율을 늘릴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감리의 실질적인 현장감독 시간도 확보한다. 책임감리 제도 아래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에게 실제 현장에 나가 업무 보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과도한 서류 업무를 없애는 방식이다. 현장감독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는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하고, 영세한 공사현장에는 공사 기록용 촬영장비를 대여한다.

국내 건설공사 발주물량의 70% 이상을 차지, 서울형 건설혁신의 핵심이 될 '민간건설 분야'는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다.

기존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고, 조합·건축주 등의 요청 시 지역건축안전센터(시·자치구)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시는 지난 9월 국토부가 내놓은 '불법 하도급 근절방안'에 따라 앞으로 지자체에도 단속 권한이 부여되면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중심으로 철저한 단속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공품질 관리를 위한 대책으로는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타설한 경우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타설 중 비가 올 때는 중단이 어렵기에 추후 강도를 체크해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민간공사 감리의 독립성 확보에도 주력한다.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하는 한편 기존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고자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할 예정이다. 감리자 자격 확대 및 기준을 강화하고자 '감리 자격시험' 도입도 건의한다.

현장 근로자의 시공 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시공 미숙, 덤핑 입찰(저가 수주) 등 건설 산업에 수십 년간 뿌리내려 온 고질적 관행과 체질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시는 숙련된 기능공을 양성하고자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한다. 외국인 근로자 투입 전에는 설계도면 숙지·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투찰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입찰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상향해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규제나 제도보다 건설 품질을 우선하는 발주자의 의식이 부실공사 예방을 위해 중요한 만큼 가칭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를 구성, 공공기관·민간 정비사업조합(시행사)·전문가가 함께 건설산업 문화를 바꾸고 전문성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유 부시장은 "8가지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발주자의 의식 전환"이라면서 "교육과 정보제공을 하는 기관으로 발주자 협회를 만들어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 전반적인 의식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대책들의 지속·장기적 실행력을 확보하고자 행정2부시장 직속 전담조직을 신설해 관리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설명회에 앞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세계적인 랜드마크와 고품질의 주택을 제공하는 선진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건설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건설산업 내부는 설계-시공-감리뿐만 아니라 발주자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구조적인 문제들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 시장은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해결방안으로는 건설산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건설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실행해나가야 한다"면서, "그래서 서울시는 계획부터 준공까지 건설사업 추진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점들이 산재해있고, 이 문제점들이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검토해봤다"며 대책 도입의 취지를 소개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문제의 본질은 하도급"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대형 건설사가 입찰을 따낸 후 건물의 뼈대와 살을 만드는 핵심 공정은 하도급 업체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도 단가 후려치기, 비숙련 노동자, 도면 못 읽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노출된 하도급 업체가 만들다시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런 하도급 문제를 끊어내지 않으면 한국 건설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 공공공사에서 철근, 콘크리트를 다루는 주요 공사는 하도급이 금지된다. 민간 공사의 경우에도 단속 권한을 확보해 하도급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서울부터 부실공사의 고리를 끊어내 건설 문화를 선진화하겠다는 각오로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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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