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곤돌라 2025년 11월 운행 예정
민간기업 케이블카 60여년 독점 운영
5·16직후 사업권 따내 가족회사로 지속
사업 운영기간 제한 없어 법 개정 필요
2025년 말부터 곤돌라를 타고 명동역에서 남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곤돌라가 운행을 시작하면 민간기업이 운영해온 케이블카 독점 구도도 63년 만에 깨지게 된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일 남산 곤돌라 조성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시공 일괄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남산 곤돌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2008년 추진됐다가 환경훼손 우려 등으로 무산됐다. 2015년 박원순 시장 재임기에 다시 논의됐지만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문제 등으로 2016년 또 백지화됐다.
현재 남산 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라는 회사가 196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한석진씨가 5·16 군사정변 석 달 만인 1961년 8월 당시 교통부(국토교통부)로부터 면허를 받고 이듬해 5월 20인승 케이블카 2대로 시작한 뒤 가족회사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한씨가 사업권을 따낸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 사위와의 친분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삭도공업은 케이블카 사업으로 연 매출이 100억원대이지만, 매년 정부에 국유지 사용료로 납부하는 금액은 약 3000~4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 남산 관리나 환경 보전 등을 위한 공공기여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게다가 노후화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이 업체가 오랜 기간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이블카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한 궤도운송법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궤도운송법은 케이블카를 포함한 궤도 시설을 운영할 때 필요한 사업 허가·승인 등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나, 사업의 운영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실상 영구적 독점이 가능한 셈이다.
당시만 해도 공공자산을 활용해 일정 기간 사업을 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 증여하는 기부채납 규정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의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됐으나 국회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8년 김정우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케이블카 사업자의 운영기한을 제한해야 한다며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관련 법은 폐기된 상태다.
서울시는 두 차례 무산됐던 남산 곤돌라 조성 사업을 올해 또 다시 추진하고 있다. 2021년부터 남산 정상부에 관광버스 진입이 제한돼 새로운 이동수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말에 케이블카를 타려면 1시간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시 관계자는 "관광버스 이용자들이 연간 189만명 정도였는데 정상 진입이 제한되면서 케이블카로 많이 몰렸다. 불편하다는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온다"며 "곤돌라가 설치되면 케이블카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삭도공업은 지난 2월 진행된 서울시의 케이블카 설비 개·보수 심의에서 시가 제시한 곤돌라나 친환경 이동 수단 조성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수용, 별다른 마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곤돌라는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하부 승강장)에서 남산 정상부(상부 승강장)까지 총 804m를 운행한다. 편도 이동에 약 3분이 소요된다.
하부 승강장은 예장공원 내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1515.3㎡ 규모로, 상부 승장장은 남산 정상부에 지상 1층, 연면적 599㎡ 규모로 지어진다. 10인승 캐빈 25대를 운행해 시간당 16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2025년 11월 운영 목표이며, 이용 요금은 성인 왕복 기준으로 1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산 케이블카(성인 왕복 1만5000원)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계획이다.
오승민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타당성 분석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1.99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준 1을 훌쩍 넘겼다"며 "5년 정도 운영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곤돌라 조성과 관련한 환경 훼손 및 주변 학교 학습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 주변 학교 등과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단체와 학부모단체는 환경권, 학습권 침해 이유로 곤돌라 사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시는 입찰안내서에 ▲남산 생태환경을 고려한 지주 위치 선정 및 공사 중 친환경 공법 적용 ▲인근 주민, 상인, 학교 등 사생활 및 학습권 보호 대책 마련 ▲곤돌라 선하지 안전 대책 및 사유지 영향 최소화 방안 마련 등을 반영해 공고했다.
오 과장은 "상부 승강장에는 최소한의 필요 시설만 넣도록 계획했고, 중간부에는 이미 훼손된 지역에 지주를 세울 것"이라며 "기존 산책길 위주로 공사 차량이 오가게 하고, 필요하면 헬기 동원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곤돌라와 가장 가까운 곳이 리라초등학교와 리라아트고등학교"라며 "능선 뒤로 곤돌라 노선이 지나고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학교에서 곤돌라가 거의 보이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남산 곤돌라 사업의 사업성이 충분한 만큼 운영 수익금 전액을 다양한 생태 보전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남산 생태여가 기금'(가칭)을 신설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기금으로 마련된 공공재원은 남산∼명동 일대 생태여가 활성화 계획에 따라, 가장 생태적인 남산을 조성하기 위한 세부 사업에 활용된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곤돌라가 설치되면 대중교통으로도 편리하게 승강장에 도착해 도심 경관을 편안하게 즐기며 남산 정상부에 도착할 수 있어 시민들의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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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